애처롭게 매달려 파르르 떨고 있던 마지막 한 잎마저 낙엽되어 버린 나무의 앙상한 몰골이며 텅빈 들녘의 풍경이 그저 황량하고 삭막하기만하다.
이게 四季를 이끌어가는 자연의 섭리이련만 이맘때면 人間들의 심사는 空洞이 뚤리듯 공허하기만 할 것인데 나는 그러한 와중에서도 일말의 환희를 음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달이 긴 냉담생활을 청산하고 인자하신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지 만 1년이 되는, 정녕 의미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력하나마 속죄하는 자세로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와 사업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또 오랫동안 괴리되었던 본당의 교우들과도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交流를 통해서 共同體的 친분을 공고히할 수 있었다.
『좀 더 쉬다가 나오지 그랬어』『어이구 농땡이…』악의 없는 빈정거림도 여러차례 받곤 했지만 그 야유의 眞意가 긴 냉담생활에 대한 증오에 찬 매도가 아니라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그래도 주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다행이며 환영한다는 의사로 간취하여 가일층 정진하는 계기로 삼곤 했었다.
회두 후 곧바로 본당내 청년 레지오에 入團하여 소신껏 활동해 오던 중 단원 중 최고령자라는 名分때문인지 가입 8개월만에 소속 쁘레시디움 단장에 취임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전임단장이자 나를 주님의 품으로 인도한 朴라파엘의 집요한 권유에 이기지 못해 수락은 했지만 과연 여러가지로 부족한 자신이 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배제할 수 없어 한동안 번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진하나마 열심히 해보리란 생각과 주위의 충정어린 격려에 힘입어 새로운 각오로 임할 수 있었다.
레지오 경력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었던 햇병아리가 週會上席(?)에 앉아 회합을 별다른 난함없이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거개의 단원들이 레지오 정신에 입각, 열성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간혹 가뭄에 콩나듯 말썽을 일으키는 단원들도 있었지만 개성이 다른 이질적인간의 단체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자위하며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中和시켜 나갈까 고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다과를 겸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여 회합의 생경함을 덜어주고 아울러 단원간의 유대 강화에 주력했다.
이제 어느 단체에도 손색없는 본당의 보배로 발전하게된 것은 인위적인 결실이라 치부하기 전에 그 이면엔 주님의 폭넓은 포용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신을 견지하며 얼마나 될지 모르는 재임기간 중 다소의 애로가 직면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더욱 매진하리라 조용히 다짐해본다.
그리고 혼기에 찬 나에게 마음씨 곱고 참한 아가씨와의 만나게해줌으로써 늦게나마 참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배우는 보람 있는 생활이 되고 있다.
아직 신자는 아니지만 내년쯤 영세를 위해 열심히 교리학습을 하고 있다.
성모럴이 문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신앙인의 자각, 교제기간동안 진정한 애정의 교환과 신앙적인 교류를 통하여 보다 참된 인간관계를 정립하리라 생각해본다.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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