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사랑하사 3만2천5백 가지의 약속의 말씀을 주셨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모두 성경책 안에서 고이 잠든, 죽어있는 말씀이었다.
언제나 하느님은 먼 곳에 계시고 단지 교회에 나가는 것은 그래도 천국과 지옥이 있어 주일을 궐하면 지옥에 갈까봐 찾는 정도였다.
약 30년 전부터 시작한 나의 믿음이었지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성경구절 하나 없이 도덕적 삶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自然敎式의 믿음이었다.
말씀의 반석위에 단단히 서지 못한 外形의 믿음이었기에 어려움이 닥칠 때면 언제나 좌절해버렸던 나는 견진성사 후 10년간의 철저한 냉담생활로 일관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하느님을 다시 찾고 뜨겁게 믿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해보았으나 『하느님은 가까이 느낄 수 없고 하느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다』(마태12ㆍ29)고 하셨는데도 내 마음은 천국이 아니었으며 성령의 인도하심대로 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리 기도해도 성령은 아무런 인도도 해주시지 않았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를 분간도 못하는, 영적으로 소경이요 귀머거리인 나에게 하느님은 멀고 먼 하늘 나라에 계신 것이었다.
세상사에 좌우되어 믿지 않는 자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나는 어떻게 하면 성령이 충만해서 기쁜 마음으로 살고 항상 하느님께 감사하며 생활할 수 있을 것인가 의아해하기만 했다.
5년 전 성령세미나를 받았지만 회개의 눈물이 조금 나오고(사실 그때 통곡하며 회개하는 사람을 보고 말 못할 망측한 사연이 있는 줄 알았다) 성령책이 조금 눈에 들어오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기야 헌 부대에 새 포도주가 당치도 않겠지만 나 같은 통란할 죄인이 어떻게 해야 성령의 은혜를 받을까 애타던 나머지 3일간 금식기도를 드리기로 했다.
두 차례 기도를 바치던 중 드디어 성령의 은총이 내게 내렸다.
『믿고 구하라』 하신 대로 우직하게 믿고 매달렸던 나는 그때의 기쁨과 그 충만함을 잊을 수가 없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놓고 지나가듯 성령도 바람같이 나를 태워 과거의 나를 없애고, 잔병치레와 마음의 병까지도 말끔하게 하시고 그렇게 지나가신 것이다.
이제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나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고 능력 있는 기도로 넘치는 기쁨과 감사의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객관적 믿음이 주관적인 믿음으로 또한 나 중심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 탈바꿈하였다.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기니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주관해주시고 위안과 평안과 인내를 함께 주신다.
주님은 나의 목자시며 그 분의 지팡이가 나를 인도해주시고 하느님을 위해서 모두를 버리는 자에게는 모두를 주시겠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 내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당산은 정녕 살아계십니다. 알레루야! 지금은 죽어있던 3만2천5백 가지 약속의 말씀이 살아나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내 가슴을 두드린다.
성 아우구스띠노의 말대로 당신은 오래지만 항상 새롭습니다. 예수님의 보혈로써 나를 씻어주셨고 주님의 가시관쓰심으로 가시발길이 푸른 초원이 되고 매맞으심도 나를 위함일 뿐 아니라 나대신 십자가를 져 주셨으니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 이렇게 가벼울 줄이야.
흔히 그리스도교는 체험신앙이라고 한다. 육안으로 하느님을 보려는 기적을 체험하려는 이기적인 욕심을 사람들은 가진다. 그러나 하느님과 내가 성령을 통해서 교제의문이 열리면 기도의 기쁨속에 빠져들고 깊은 기도 중에 보여주시고 들려 주시며 깨닫게 해주시는 영적체험만이 진정 어두움에서 빛으로 변하는 영적 성장체험이 아닐까?
내 영혼이 항상 주님을 기다리겠사오니 죽어도 주님을 위해서,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이니 이 몸 당신의 도구로써 주시옵소서.
『기도는 결핍을 반영하지만 찬송은 충족을 의미한다』는 성아우구스띠노의 말씀대로 이 세상 사람들이 몰라줘도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항상 찬송하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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