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사회과학연구 발전과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내걸고 한국가톨릭 사회과학연구회는 출범했다. 조선교구설성 15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되었던 가톨릭 사회과학 심포지움이 계기가 되어 천주교 신자인 사회과학자들 간에 논의돼왔던 것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과학과 종교와의 충돌이라고 일컬어져 왔던 과학과 교조적 신학과의 투쟁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지난 날의 비극이다. 사실 2백년 동안 이 땅에 살아온 한국천주교회가 사회과학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던 일에 많은 사람은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학하면 으례 자연과학을 생각하고 그리고 자연과학을 생각하고 그리고 자연과학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알만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사회과학이라고 하면 아직 생소하기만 한 것 같다. 그만큼 우리 한국인 사이에는 사회과학에 대해서 충분히 잘 이해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무릇 사회과학은 사회에 관한 과학이다. 그러기에 사회과학자에게는 실험실이라는 것은 존재치 않는다. 만일에 존재한다면 사회 그 자체가 실험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산 사회생활 그 자체, 사회현실 그 자체가 실험실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실의 산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관련되어 있어 사회는 극히 복잡한 것이기에 이 산 현실의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의 전문가가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각도에서 연구대상을 잡는 것이다. 정치학자는 정치를 중심으로, 법률학자는 법률을 중심으로 말이다. 또한 사회과학의 연구에 있어서는 연구자의 입장이라는 것이 대단히 큰 문제이다. 연구자 자신이 사회 속에 살고 있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사회과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의 몸을 진단하고 자기가 자기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은 처음부터 「立場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어떠한 입장에서서 연구하느냐가 문제라는 말이다.
한국가톨릭사회과학연구회는 뚜렷이 가톨릭정신에 입각해서 연구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는 데 동참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야말로 항상 사회과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 순간에도 현존하는 그리스도에 뿌리박고 복음의 원점에 서서 사회에 있어서의 인간생활의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현대세계사목헌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목수 일을 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학문적 내지 기술적 노력을 종교적 가치와 결부시켜 하나의 생생한 종합을 이룸으로써 자기의 온갖 현세 활동을 기꺼이 수행할 수 있다』(43)라고 선언한 바 있다.
물론 가톨릭 사회과학자는 학문적 연구를 종교적 가치와 결부시켜 하나의 생생한 종합을 이룩해야 하겠지만 한편 그들의 연구를 교회의 사목활동에 적용하는 문제도 중요한 것이다.
현대사회과학과 사목활동의 관계는 오늘의 교회에 있어서는 경시할 수 없다. 교회와 더불어 사목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목활동에 있어서의 문제를 모다 더 넓은 입장에서 해결하기 위하여 사목활동에 유용한 사회과학의 공헌에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사회과학의 응용 사회과학에 있어서의 定量的 및 統計的 方法과 사회조사 그리고 여론조사 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회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성직자의 양성에도 사회과학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신학교의 수업이나 사목연구회ㆍ사제연수회 등은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사회과학은 사제들에게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먼저 사정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또한 사회과학은 사제들에게 일상생활의 사회현상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 마음가짐을 주기 마련이다.
더욱이 현대교회가 문을 활짝 여고 사회가 대화해야 만 한다면 「때의 표지」를 읽기 위해서는 시대의 움직임과 사회전체를 꼭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톨릭인인 동시에 사회과학자인 정치학자 경제학자 법률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언어학자 교육학자 민속학자들은 각자 전문분야 연구를 하면서 교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깊이 자각하고 사목활동에의 공헌을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가톨릭사회과학연구회를 통하여 회원 상호 간의 친목은 물론이려니와 각자의 전문연구를 서로 대화 협의하는 가운데 교회적으로 집약하여 교회당국과사목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연구의 응용으로써 교회의 사명 달성을 위한 사목활동에 적극 가담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교회당국과 사목자들은 권위주의를 버리고 이들 사회과학자와의 대화를 소홀히 말고 그 연구회의 건의 및 자료제공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태세를 갖춤으로써 그들이 협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한국가톨릭사회과학연구회에의 기대는 참으로 큰 것이다. 이 연구회의 활동 역할로 한국가톨릭교회의 사목활동이 현대화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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