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한창이던 78년 2월의 어느 날 세상 풍파 중에 헤매던 이 어린양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성교회에 입교하였다. 주님의 보살핌 속에서 6개월간에 교리를 마치고 새 생명을 얻어 주님의 자녀가 된 나는 성체까지 모실 수 있는 영광과 은총을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는 은총을 베풀어주셔서 그 이듬해에는「견진성사」의 은혜까지 받을 수가 있었으며 또한 직장마저도 주님의 복음말씀을 전하는 가운데 신앙생활을 더욱더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곳에 취직이 되었다. 각종 신심단체에 가입한 나의 신심과 신앙생활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주위에서는 갓 영세를 받은 사람으로서 너무 열심히 활동한다고 꾸중(?)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급히 먹은 떡이 체하고 갑자지 뜨거워진 것이 빨리 차가워지듯이 나의 마음속 한구석엔 어느덧 겸손보다는 자만과 이기심, 사랑보다는 미움이, 용서해주고 이해해주기 보다는 멸시와 냉대를, 진실보다는 혀욕과 물욕에 빠져들기 시작하였으며 어떠한 풍파가 닥치더라도 튼튼하리라고 자부해온 나의 신심과 교리지식도 모래밭에 쌓아놓은 집처럼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이허약함과 나약함이 나를 더욱더 구렁렁이로 몰아넣었으며 마침내는 2년여를 하게 되었다.
허약하고 나약한 신심처럼 2년여 동안의 직장생활 끝에 나의 건강도 악화되어서 직장도 쉬게 되었다. 희망과 빛이 없는 절망과 어둠의 늪에서 2년여 동안을 방황하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결코 저를 그냥 외면만 하시지는 않았으며 냉담생활 2년여 동안을 반성과 회개의 기간으로 보속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나온 신앙생활을 뒤돌아보고 지난날의 신앙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마치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제는 어떠한 풍파가 닥치더라도 결코 목자 곁을 떠나지 않으며 나와 이웃의 십자가를 지며 묵묵히 겸손되이 따르는 어린양이 되도록 하셨읍니다. 2년여 동안의 보속 기간이 끝난 작년 11월의 어느 날 난 고백성사를 드리고 나서 다시 주님과 재회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난 굳게 다짐하였습니다. 이젠 두 번 다시 주님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고.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아버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가리라.
그러나 꾸준히 겸손되게 나아가리아.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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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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