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만 되면 난 언니와 성경공부를 한다. 신앙생활에 열심한 언니는 구약과 신약을 번갈아 가며 자세히 가르쳐주고 나를 위해 기도도 많이 해준다.
어느 날 나의 믿음에 흔들림이 온 것을 준치챘는 지 언니는 신앙을 더욱 강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며 나의 신앙고백을 글로 적어 읽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때까지 살아온 얘기를 비롯 주님 앞에 서게 된 동기, 그 후의 신앙생활 등을 글로 적었다
어려서부터 너무나 고생하며 살아왔기에 그런 내용을 적은 글을 읽기가 매우 싫었으나『네가 글로 쓸 수 있다면 주님 앞에서도 또 남 앞에서도, 말로 표현할 줄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언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읽기 시작했다.
한줄 두줄 읽어감에 따라 감정을 억제치 못해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나는 가족은 물론 친척들도 하느님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 가정에서 태어나 남들처럼 잘 먹고 잘 입지도 못한 채 성장한 수줍은 애였다.
약2년간을 병마와 싸우며 병원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깨고 세 차례의 수술 후 완전히 회복되셨다. 그 동안 어린 동생을 데리고 집안 일하랴, 학교가랴, 공부하랴 너무나 바쁘고도 힘든 일들을 혼자서 다 해냈다.
아버지의 퇴원 후에도 날마다 병시중을 들며 지내다가 언니를 따라 상경, 회사의 취직 돼 몇 달을 지냈다.
그 후 회사가 옮겨짐에 따라 충청도로 이사를 갔는데 그곳에서 나는 둘도 없는 친우이자 후에 대모가 된 레지나를 만났다.
일요일이며 성당엘 나가고 또 밤마다 십자가 앞에 끓어 앉아 기도하는 레지나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때마다 가슴에 와닿는 게 있었다. 나도 믿으면 되지 않는가. 구원될 수 없다고 느낀 한인간이 남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주일날『임아, 오늘 너 아무데도 가지 않으면 나 따라 가자』는 레지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라 나섰다.
80년 4월 12일 처음으로 성당을 찾은 나는 예비자교리반에 등록하고 교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요일이면 기쁜 마음으로 성당엘 나갔고 주의 말씀을 열심히 배워 그 해 11월 2일 영세를 받게 되었다.
그 후 청년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였으며『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라, 그리고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하라』는 말씀을 생각하며 살아갔다.
그러던 중 81년 2월 23일 수던사산장에서 개최되는 성령시미나에 참석하고픈 마음에서 나는 회사에 결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내게 해 달라고 날마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이러한 나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는지 회사측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친절까지 베풀며 허락해주었다.
이 성령세미나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이세상 모든 행복의 요인은 사랑이고 모든 사랑의 근원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배웠으며 짧은 일생 동안 단1초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뜻있고 보람되고 참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매주일 성당에 나가면서도 수없이 가져보는 의심들, 하지만 나는 성령세미나를 통해 참으로 살아계신 주님을 보았고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지금도 난 내 믿음이 약해질 때면 성령세미나를 회상하며 무릎 끓고 앉아 주님께 나를 의탁한다.
또 묵주알을 굴리면서 기도를 드린다. 우리 인간을 위해,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신 예수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오늘도 보잘것없는 이 몸은 모든 고통을 참고 견디며 직장인 병원생활에 충실하면서 병중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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