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을 묵상하고 체험하면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대망하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신자들이 지난 날을 반성하고 회개하며 새로운 定改를 하는 회개의 때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죄를 짓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공생활의 첫번 설교에서『회개하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 하셨다. 여기서 죄란 무엇을 말하는 것 일까. 죄는 하느님의 사랑 즉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면 궁극적인 하느님의 뜻이 표시된 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두가지 계명으로 집약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죄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금년 시순절 메시지에서 이 점을 명백히 지적하며 회개의 초점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을 지키지 못한 점에 집중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교황은「이웃은 누구인가」에 대해 루까 복음 10장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을 들어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후 먼저 병자ㆍ가난한자ㆍ억눌린자 등 가장 불쌍한 자를 돌봐 주신 점으로 보아 착한 사마리아인은 바로 예수 자신을 지칭한 것으로 교황은 명언하고 있다. 그리고 또 그리스도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같은 것 임을 선언하셨고 요한복음과 요한 서간에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불가분이고 표리일체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실존적으로 볼 때 이웃 사랑이야말로 크리스찬 생활의 핵심임은 새삼 강조할 여지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이웃 사랑에 초점을 두고 사순절의 회개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성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웃은 누구인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경우에서 사마리아인에게는 강도 맞은 사람이 그 이웃이고 강도 맞은 사람에게는 사마리아인이 그 이웃이다. 그와 같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우리가 이웃이겠고 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우리가 착한 이웃이 되어야 하겠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접촉하는, 또는 우리의 생활권에 있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도움이 필요하고 또 도울 수 있는 사람 사이에는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이웃이란 얘기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웃 사랑은 어느정도로 하면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복음의 가르침을 총괄적으로 보아 첫째는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것, (마태오22ㆍ34-40) 둘째로 이웃을 그리스도로 보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 처럼 사랑하는 것이고(마태오25ㆍ31-46) 셋째로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내가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어 이웃을 사랑하는 것(요한13ㆍ34-35)이다. 이러한 사랑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령이 하느님의 사랑의 능력을 우리안에 부어 주셨기 때문이다. (로마5ㆍ5) 그러면 오늘날 우리가 왜 이러한 이웃 사랑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하는 장해 요인이 무엇인가 근원적으로 이 저해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먼저 그 근원을 찾아내야 겠다. 그것은 첫째로 물질적 요인이다. 물질은 인간 생활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소유ㆍ독점하려는 욕망에 집착 할 때에는 물질의 노예가 되고, 심지어는 물질의 우상화가 이루어 진다. 물질은 소유 하는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나누어 갖는 데에 가치가 있다. 이웃에 도움이 절대로 필요할 때에 내가 성큼 도와 주지 못하는 것이 곧 나의 소유(所有)에 집착 하고 분배(分配)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인간 본성의 하나로서 남을 지배 하려는 욕망, 즉 권력ㆍ명예ㆍ허세등의 욕망이 있다. 이를 남용ㆍ오용할 때에도 타인을 정신적으로나 육신적으로 도와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셋째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게 되는 쾌락ㆍ안일한 생활이다. 이로 말미 암아 이웃을 인격적으로 손상시키거나 남을 돕기 보다는 남을 자기에게 복종시키고 희생시키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컨대 이러한 장해 요인이 우리의 정신과 육신 안에 항상 도사리고 있어, 우리가 영적으로는 이웃을 위한 선한 일을 하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육적으로는 그와 반대의 일을 하게 된다. 지금 사순절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우리 크리스찬은 진정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의 사함과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고난과 죽으심을 택하신 사실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성찰해 보고 깊은 회개와 회심이 있어야 하겠다. 이제는 입에만 발린 이웃사랑은 그만하면 족하다. 참으로 이웃 사랑의 표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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