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1월에 있은 가톨릭맹인선교회의 제2차 정기총회에서 나는 제3대 회장에 피선되었다. 어느모로 보나 선교단체의 지도자로서는 적합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그 직을 거부하기에는 여러가지 상황이 허락지않았다. 나는 취임 인사에서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회원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회원 여러분! 우리는 과거 교회의 맹인에 대한 무관심을 자주 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입장이 바뀌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바로 그 교회임을 알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우리는 현재 맹인선교 및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회 내의 유일한 기관입니다. 먼저 신앙의 빛을 받은 우리들에게 동료 맹인들을 그 빛에로 인도할 책임이 주어져있음을 알아야만 하겠습니다. 주교님들이나 신부님들에게 불평을 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가 지난날 그러한 의무 수행의 기회를 고의로 회피해온 것이나 아닌지 반성해봅시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을 계속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위에 축복을 내리실것을 굳게 믿습니다』
마침 유엔이 정한「세계신체장애자의해」는 시작되고 있었다. 또한 교회당국의 호의로 더부살이긴 하지만 명동성당 교육관 105호에 살림을 차릴 수 있게된 것이 선교회로서는 무엇보다도 큰힘이 되었다.
우리 3대 임원진들이 취임후 시도한 첫사업은 맹인미사였다. 60년대 말부터 이른바「맹인교회」라하여 개신교 몇몇 교단에서 맹인을 위한 교회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교회의 출현에 대하여『맹인의 사회 통합을 맹인자신이 기피, 스스로 고립의 길로 나가는 일』또는『맹인 성직자들의 활로를 찾기위한 것일뿐』이라는등 비판의 소리가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맹인 교회옹호론자 측에서는『맹인에게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특수성이 있고, 또한 맹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수용태세나 맹인 자신의 사회참여 의지가 강하지 못한 한국적 현실에서 맹인을 일반 교회에만 맡겨두었던 지난날 맹인 신도의 새로운 증가는 고사하고, 전국의 대다수 개신교 관계 맹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착실히 받고 졸업한 맹인들마저도 신앙의 길에서 멀어져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맹인이 상처받는 일없이 사회참여가 이루어질때까지 과도적인 조치로서, 그리고 그러한 시대의도래를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서 맹인교회는 필요한 것이다』고 맞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80년대초 이러한 교회들은 서울시내에만도 5개소에 달하고 각기 상당한 교세를 형성하면서 발전해 옴으로써 후자의 견해가 옳았음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맹인 교회의 필요성은 비단 개신교 맹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아니다. 가톨릭맹인의 경우에 있어서 그전례 의식의 복잡함과 일반신자들의 불친절로 해서 그 필요성은 오히려 크다고 할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경우 마땅한 장소도 없었고, 또한 우리들을 위하여 봉사해줄 사제가 있겠는가 하는것도 문제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안경렬 신부님의 배려로 주일날 명동 성당 사회복지회관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본당을 맡지 않은 몇몇 신부님들이 돌아가며 미사를 집전해 주기로 함으로써 만사 해결되었다. 2월 15일 점자 주보를 사용하여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이미사를 통하여 많은 맹인들에게 참 복음이 전파되도록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선교회내 정안인 회원들의 모임인「글로리아봉사단」이 발족된 것은 지난 해 여름의 일이었다. 이들은 우선 선교회의 전반적인 업무에 조력하는 한편 맹인을 위한 전문봉사자 훈련을 받고, 자체적으로 단장을 포함한 임원진을 구성하여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글로리아 봉사단의 발족 역시 지난해 나와 우리 선교회에 주어진 가장 큰 선물 가운데의 하나였다. 10만의 맹인에게 참빛을 전하기 위하여는 맹인의 힘만 가지고 될수 없다.
맹인선교회가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정안인의 대거 참여야말로 절대불가결의 요소다. 이들은 현재 매주 모임을 갖고 맹인과 성경을 공부하고 있으며 주일날에는 맹인을 미사에 안내하고, 점자를 익혀 점자책을 마련해 주는가하면 책을 읽어 녹음해 주기도 하고, 맹인의 가정을 방문하여 신앙 및 재활상담에 응하는등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직은 적은 수의 모임이지만 이 봉사단이 일로 성장하여 맹인선교 및 복지증진에 크게 한몫하는 모습을 환히 내다보며 감격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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