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모회사 차장이다. 지금은 냉담신자지만 젊은 나이때는 교회일에 열성적이었다. 그의 냉담이유를 들어보면 사뭇 놀랍다. 결혼초 그는 아들을 무척이나 기다렸고 아들을 달라는 열심한 기도를 바쳤지만 딸아이를 얻게되었다. 기도가 모자랐다고 판단한 부부는 혼신의 정성을 쏟는 기원을 올렸고 임신이 되었을때 아들이란 확신까지 가질만큼 최선을 다했더랬는데 태어난 아이는 딸 쌍둥이였다. 절망을 넘는 배신감 때문에 신앙에 항거하게 되었단다.
J씨는 조그만 사업을 한다. 한때 성당에 다녔다는 정보(?)를 듣고 레지오단원들과 방문을 했다. 신부를 대하는 그의 순수함과 교회사정에 밝은 것으로 봐 열심한 간부신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한때 그는 사업이 내리박히는 긴 고통의 날들이 있었다. 매사가 영키고 쫓기는 와중에서 마지막 기대는 하느님뿐이었는데, 그렇듯이 기도를 해도, 모든 것을 걸고 맡겨도 끝내 아무런 용답도 없었단다. 야속한 마음이 분노로 변했고 허공을 치는 듯한 무반응이 신앙과 벽을 쌓게 했단다.
냉담신자를 대할 때면 항상 하느님의 야속함을 느낀다. 그만 기도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앞서고 회두를 위한 이런 고생을 안해도 되는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하느님은 그들의 절박한 기원을 더 잘아셨을테지만 꿈쩍도 안하신듯(?) 한것은 뜻하신 바가 있어서 일까.
모부인은 대학교수인데 오랜 냉담 끝에 다시 신앙으로 돌아온 분이다. 신자인 부모 밑에 남부럽지 않은 환경속에 자랐고 결혼을 하여 두 아들을 두었다. 그저 그렇게 교회를 다녔고 주일이면 학생회장인 아들의 어머니로서 남들의 시선을 모았던 부인인데 어느날 그 아들이 심장병에 걸려눕게 되었다.
의술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결국 아들은 죽고 말았다. 단란한 가정에 그늘이 왔고 도저히 알수 없는 반항심 때문에 신앙을 의식적으로 증오했고 성당에다니는 사람이면 무조건 사갈시했더랬는데 세월이 흘러 아들의 친구결혼식으로 성당에 들렀다가 가슴에 부어지는 눈물을 통해 다시 신앙을 만나게 되었고 그렇듯이 떠나있었고 멀리 해왔다고 생각했던 하느님이 사실은 한발짝도 자기에게서 멀리있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한 사람의 마음에 다른 한 사람이 자리하기까진 얼마나 긴 드라마가 엮어지는지 모른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랑의 울타리가 쳐지는 부부로서 성장해 가는 도중 로맨스의 환회와, 서로가 서로를 아는 과정의 환멸, 그리고 다시 발견하는 기쁨이 싸이클을 이루면서 성숙한 부부로서 나아간다면 신앙의 과정과 마찬가지라 느낀다. 성서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이 평화의 끝에 가면 꼭 범죄를 했고 시련과 고통을 통해 다시 하느님께로 눈뜨는 것을 지켜볼때 작은 그릇인 우리들 내면 세계에 하느님이 접하기 까진 나름대로의 공백과 곡고의 시간이 오히려 요구되는게 아닐까. 결국 하느님은 선하고 유익한 곳으로 인간을 끌어주신 분이었기에 신앙의 마지막 받침은 역시 희망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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