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산 우리밀 수매 집계가 완료됐다. 밀알을 배어 올라오는 시기인 4,5월에 가뭄이 심해 겨우내 잘 자라온 밀과 보리를 갈아엎은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결국 수매도 예산했던 5000톤의 절반도 안되는 2만5000가마(1000톤 수준)로 집계됐다.
밀과 보리가 한참 생육할 시기에 찾아온 가뭄으로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농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아무리 가뭄이 심했다지만 저수지의 물을 얼마간이라도 대어 물맛이라도 보게 했더라면 갈아엎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논못자리 댈 물 때문에 보리와 밀밭에는 물을 대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겨우내 잘 자라 한참 생육을 준비하는 밀과 보리는 죽여도 되고 못자리 댈 물만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에 우리밀 생산자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간 민간부문에서 8년 넘게 고생하며 살려놓은 우리밀 수매면적과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1996년 1053만4586평에서 2000년 403만2600평으로 절반 이하로 대폭 감소).
농민들은 수매가가 보리수준에도 못미치는 우리밀을 그간 우리 것과 토종종자에 대한 애착과 사명감으로 지배해왔는데 더는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리만해도 수매값도 높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많은데 구태여 우리밀을 심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우리밀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물론이고, 그 필요성은 새삼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세계 각국이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밀에 대한 지원이 왜 우리나라는 전무하냐는 것이다.
물론 농림부에서 밀을 지역특화사업으로 재배할 경우 생산농가들에게 비료대, 종자대 등을 지원해 가마당 3200원정도의 이익을 주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한다. 우리밀 정책이 전무한 현실을 보아서는 환영할만하지만 문제는 근본적인가 하는데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난 98년부터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우리밀 직접지불제 및 차액보상제의 실시다.
단기적으로 최소 쌀보리 수준의 수매값 인상이 시급하다. 정부에서 수입밀과 동일하게 국산밀 차액보상을 실시할 경우 총 2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쌀보리 수준의 수매값 인생을 위해서는 3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나라의 식량자급률확보와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준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최소 박정희 기념관건립보다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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