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월 15일 이산 가족의 상봉으로 한민족이 흘린 눈물은 어떤 가치로 우리에게 남겨지고 어떤 씨앗으로 자랄 것인가를 생각케 한다.
지나간 과거들은 서로 다른 것에 사로잡힌 이념이나 다름의 사상이 갈라놓은 나뉘움의 시간으로, 나뉘움의 땅에서 살도록 운명 지어졌다.
이제 어머니인 땅의 서러움과 8월의 눈물이 하나된 것은, 깨어나고 숨쉬는 역사의 장으로 남겨져 아직은 척박한 땅인데도 잘 자라주는 귀한 씨앗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굽이 돌아가는 길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길을 눈물로 기다리던 어미와 늙어 버린 아들들이 드디어 하나된 순간, 다름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모두 소실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흘린 눈물이 50년간 헤어져 상처 입고 메말라 건조한 이들의 가슴속을 칭하고, 과거를 본디 자리로 회귀시키기에 넉넉히 순수한가에 조바심이 생긴다. 이제 그 긴 기다림 뒤에 남은 흐름이 하나의 뿌리가 되어 함께 사랑하며 뒤엉켜 살고, 그리고 아직도 「고향 언덕빼기 밭에서 김매는 뒷모습으로만 남아있는 어머니」와 가슴앓이 하는 아들들도 하나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들이 살도록 우리들이 우리자신을 얼마나 비워내고 공간을 만들어 온기로 채워가고 있는가를 생각케 한다.
부모나 형제, 가족이 나누는 근원적인 형태의 사랑, 살 속에 녹아 있듯이 익숙하고 친밀한 사랑을 눈물로 다시 되 보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편견과 부족과 욕심의 작위적 논리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눈물의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그래도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은 이제는 새로운 생명을 품는 필연의 시간, 어두움과 암흑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부활을 머금은 씨앗의 시간, 우리민족을 성숙시키는 자유의 시간으로 흘린 눈물이 거름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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