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는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모든 행사를 준비단계에서 서서히 실행단계로 옮기고 있는 것 같다. 1980년 1월 14일 메리놀 외방 선교회 한국 지부에서 열렸던 주교회의 임시총회에서 한국 선교 2백주년 기념 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준비위원장으로 경갑룡 주교를 선출함으로써 그 행사 준비는 착수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조직ㆍ기구를 개편하여 윤공희 대주교를 위원장으로 하고 기념 행사 담당과 기념 사업 담당 그리고 기념 회의 담당 주교 3명을 포함한 2백주년 주교 위원회를 구성, 담당별로 그 나름대로 기념 행사 준비를 추진 해왔던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18일 성베네딕또회 피정의 집에서 개최된 주교위원회는 중앙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정신 운동 담당 주교를 위촉키로 했다고 한다.
이 제10차 회의의 결정은 2월 16일 18일 열렸던 제3차 한국 천주교 2백주년 연수회의 결과임은 물론 이려니와 어쨌든 주교 위원회가 진일보한 준비의 조직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음은 기념 행사를 준비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옮기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백주년 기념 행사의 준비에 손을 대기 시작한지 어언 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고 그 동안 실무 담당자인 사무국장도 2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년 동안 얼마 만큼이나 준비를 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겨우 지금에 와서 실행적인 조직 행태의 구성을 구체화하고 있는 감이 있기에 말이다.
물론 전국 사목회의가 제2단계에 접어들어 오는 3월 1일 의안 준비 위원 및 의안별 전문 위원의 전체 회의가 소집되고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런 것이다.
2백주년 기념 행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성을 띠고 있는 전국 사목회의나 전국 신앙대회의 기획 운영 추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사 전체의 조직 형태와 실행의 단계적 절차 및 방안이 아쉽기만 하다. 사실 이 큰 행사를 위한 초보적이고 원칙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회칙이나 규약이 아직 정해진 바가 없을 정도인 것이다.
2백주년 기념행사의 준비 과정에 있어 사태의 추이에 따라 바꿔가는 조직과 아울러 기획 운영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어 들어기 힘들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주교 위원회는 2백주년을 위한 전국 조직 문제를 검토, 행사 추진을 위하여 주교 위원회 밑에 중앙위원회를 신설키로 하고 중앙위원회는 사업 전체의 기획ㆍ운영ㆍ재정 등 전반 문제를 심의 집행토록 하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이에 따른 운영 세칙 시안을 작성키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앙 위원회의 기본적 성격에서 본다면 실은 그것은 결코 집행기관 일수 없기에「집행토록」하는 방안은 당연히 재고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앙 위원회는 심의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주교 위원회는 하루 빨리 전국적ㆍ전교구적인 동시에 각 분야를 포함한 인사들로 구성된 중앙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이 중앙 위원회의 조직 구성은 그중 대성에 비추어 결코 3월 31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각 교구에 있어서도 2백주년 준비 위원회를 시급히 조직하여 주교 위원회와의 손 발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2백주년 기념 행사는 어디까지나 민중적이어야 하기에 이 땅의 모든 하느님백성의 적극적 참여 밑에 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교위원회 사무국도 하루 빨리 제대로 사업을 실행할 수 있게 운영 기구를 갖추고 그 기능을 발휘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제 아무리 조직을 잘하고, 기획을 잘 세우고, 운영을 잘한다 하더라도 열성적으로 심화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성교회의 본질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주교 위원회가 제3차 연수회의 뜻을 받아 들여서 정신 운동에 중점을 두기 위하여 정신 운동 위원회를 설치하고 담당 주교를 위촉하기로 합의 했다는 것은 참으로 높이 평가 하여야 한다. 2백주년 기념행사의 내실화는 결국 신심으로 영성화하여 그것이 영성운동 즉 정신 운동으로 전개 되어져야 할 것이다.
무릇 교회는 하느님이 성취 하신 예수의 부활과 성령의 충일이라는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형성되었기에 역사의 예수와 아울러 부활한 그리스도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성령께서 어디로 이끄는지를 묵상 중 깨닫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가운데 2백주년 기념행사는 추진되어야 할 것 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 행사는 복음적인 아닌 외형적인 거대한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주교위원회는 제반 문제에 앞서 지금 당장 기도 운동을 전개토록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감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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