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첫 토요일 마리아의 푸른 군대 회원들이 동대문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신설동 신호대에서 길을 건너가려는데 우연히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한 50대의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에 양말 채 신지 않은 채 몹시 피곤한 기색으로 걷고 있었다.
발가락은 온통 얼어터져 부어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엉거 주춤하며 힘들게 한편으로 보기에 우스꽝 스럽게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나는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너면서도 나의 시선은 멀어져 가는 그 걸인에게 머물렀다.
마음속으로 측은한 생각이 들었으나 아무 생각 없이 미사 참례를 마치고 돌아왔다.
자꾸만 그 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내 주머니에는 약 3천 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
미사 강론 때 뿐만 아니라 성경을 읽고 복음 테이프를 들을 때에도『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수 없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또 야고보 사도꼐서는『실천없는 신앙생활은 죽은 신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성당에만 열심히 나가고 기도도 많이 하고 교회 서적을 많이 읽어 많이 안다는 것이 곧 신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내가 가장 소중한 사랑과 인정에 메말라 있는 것이었다.
율법만을 고집하고 사랑이 없는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와 조금도 다를게 없는 나 자신을 돌아 보니 생각할수록 내 영혼이 불쌍해 졌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기회를 그렇게도 허망하게 놓치고 말다니…버스를 못타고 집까지 걸어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걸인에게 양말 한 켤레나 아니면 따뜻한 밥 한까끼도 사랑을 베풀었더라면 내 마음이 이렇게 까지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견진 찰고는 받을 때 였다. 나는 적어도 위선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공산 주의자들의 박해를 받을지라도 결코 용감한 그리스도인이 되겠노라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는 조그만 일에 조차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만약 온갖 고난과 박해가 닥친다면 예수님을 배반하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자담할 수 있단 말인가? 옹졸하고 인색한 나자신이 자꾸만 부끄러워 질뿐이다.
맨발의 걸인은 영원히 내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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