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일설어 고해(苦海)라고 하는 이가 있다. 옳은 말인가 한다. 잠깐의 둘러봄만으로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무수한 고통의 늪에서 하우적 거리는 우리의 인생임을 발견 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책임 지고 나서는 자는 없고 神마저도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인간성의 심화 보다 큰 행복에의 전제 조건 자유의 남용 죄의 보속 공덕의기회 하느님의 영광… 하는 류의 명분으로써 정당화 되기에는 너무나 한 참혹성을 인간의 고통은 지니고 있다. 그 앞에서는 신마저도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처절함이 인간의 고통에는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에 대하여 우리의 지성은 신을 용서치 말도록 끊임없이 부르 짖는다.
그러나 문득 눈을 들어 갈바리아 산상에 세워진 십자가에 매달린 한 청년을 바라 보라.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너머에서 외아들의 수난을 하나에서 열까지 지켜 보고 계시는 성부의 모습까지 살펴 보라. 십자가는 그에게 더할 수 없는 사랑이 농축 된 러브신 가운데 러브신이다. 전지 전능의 신이 나를 위한 사랑에 못 이겨 나방처럼 스스로를 불 속에 던져 사그라 졌다.
고통 그 자체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때 우리는 신을 벌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위에 십자가가 걸쳐 지면서 고통은 하나의 수수께끼로 변모해 간다.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자 인간 구원의 방식으로서 사용된 그것이 바로 신 자신의 수난이었다면 고통은 더욱 더 깊은 신비 속에 싸여 간다.
고통의 의미를 원리적으로 이해 하기란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고통을 거부 하기란 더 더욱 어렵다. 발버둥 친다고 거부 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차라리 예수님처럼 그 것을 긍정하고, 포옹하고, 사랑해 버리련다. 왜냐하면 이러한 고통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이 생명을 바쳐 건져 내야만 했을 소중한 존재임이 명백 하니까.
그러나 우리가 고통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아직 소극적 수용의 단계에 머문다면 고통은 여전히 고통으로서 남게 될 것이다. 고통을 그 이상의 것 즉 환희에로 승화 시키는 과정이 따라야만 한다. 고통은 생명에 대한 현실적 장애이다.
현실적 존재에 대하여는 현실적 방법으로 대처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러한 방법의 하나로「새옹지마(塞翁之馬)의 원리」가 어떠한가 생각해 본다.
새옹 지마라는 말은 원래 가지고 있던 준마가 오랑캐 땅으로 도망가 버렸는가 했더니 얼마 뒤 그 말이 다른 여러필의 말을 대동하여 되돌아 왔고, 그 말을 타던 아들이 낙마하여 다리를 다쳤는가 했더니 미구에 전쟁이나서 청년이라 청년은 죄다 전장으로 나가 돌아 오지 않는데 다리 저는 그 아들만은 무사 하더라는 변방 노인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로서 인간의 길흉화복가 희비 애락은 엇갈리는 것이어서 알수 없다는 뜻으로 즉 유복한 경우에 있을지 라도 그로 인하여 앙화가 초래될 수 있고, 역경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잘 털고 일어서면 오히려 순경을 만날 수도 있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과연 생명은 인간 최대의 불행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실명의 경우에도 새옹지마의 원리는 적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 한다.
즉 실명 되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던 것 보다 오히려 나은 결과가 얻어진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전에『눈이라도 멀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해에 꼭 죽을 수였어』하는 점술가의 말을 들어본 적 있는 한 학자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산골 필부로 늙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나 때문에 일본 유학까지 다녀와 학자가 될 수 있었노라 감격해 하는 것을 보았다. 또 실명 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자신에게 부여된 절대자로 부터의 소명을 깨닫고 인생의 방향을 새로이 정립한 맹인도 있다.
고통은 눈을 들어 바라보기만 하면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선물을 동반한다. 전 생애를 통하여 고통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인생으로서는 이러한「고통의 선물」을 볼 줄 알고 돌볼 줄 아는 지혜가 무엇보다 요긴하다.
나는 지난 날 좌절 가운데 짙은 어두움의 수렁에 떨어지기 여러번 그러나 십자가는 그러한 경우에 번번히 나를 다시금 밝은 빛에로 인도해 냈다. 그리고 이후로도 십자가는 나의 발길을 인도해 주는 지팡이가 되어 줄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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