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는 많으시지만 정정하시던 아버님께서 갑작스런 병환으로 병석에 누우시게 되었다.
수일전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 아무래도 건강 회복이 어렵겠다는 의사의 소견을 접하고 철컥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불과 달포 전만 하더라도 주름살로 이어진 노안이나마 慈情스런 웃음을 잃지 않고 근엄 하시면서도 온화 하게 가정을 이끌어가시던 아버님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 되어 가는 병세로 말미암아 용태가 말이 아니었다.
풍족하진 않으나마 오붓하고 화기롭게 지내오던 가정이 예기치 않은 아버님의 와병으로 인하여 만추의 을씨년스런 들녘의 풍경과 진배없는 분위기로 변해 버렸다. 그저 안타까움과 걱정만이 흐르는….
돌이켜 보건대 나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아버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 해왔으며 따라서 짙은 父情을 느끼며 살아오던터…. 밤이면 금방이라도 영면하실 것 같은 불안한 생각과 아버님의 한량없으신 慈情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어릴때 한때 창궐했던 질병에 이환되어 사경을 헤맬 때 나의 고사리 같은 손을 어루만지며 달래던 모습이며 나를 등에 받쳐업고 통원 하시곤 했던 지난일들을 想起하면 정작 눈물이 앞을 가린다.
信實한 신자이신 어머님께서 일찍이 상업 관계로 외지에 계셨기 때문에 兄님의 혼전까진 어머님 역할까지 하셨다. 평생토록 고생만 하신 아버님이시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며칠전에 아버님의 청원으로 병자성사를 보셨다.
나는 그 날 아버님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주님, 비록 한동안 주님을 잊고 지낸 아버님이지만 널리 용서하시고 고통스런 병마에서 헤어나게 해주소서』
쁘레시디움 소속단원들이 아버님 병문안을 왔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따뜻한 형제애를 감지할 수 있었고 신앙인으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단원들의 기도처럼 아버님의 병환이 조금이라도 호전 되시길 문틈을 통해 은은히 울러퍼지는 그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함께 빌어 보았다.
특히 아버님의 위중한 병환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던 김 안또니오 단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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