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예정된 사나이 철수를 앞두고 이스라엘에서는 연일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부활 주일이던 지난 11일「예루살렘」의 회교 사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이었다. 한 이스라엘 청년이 회교 사원에 뛰어들어 자동 소총을 난사해서 적지 않은 아랍인들을 살상했다. 이 사건은 전체 아랍 세계를 놀라게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항의 시위와 파업이 중동 전역에서 계획되고 실행 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있다. 알 아크사라고 하는 그 사원은 바로 이슬람 세계에서 「3대성지」의 하나로 꼽는 사원이다. 그 사원은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의 문화재」로 지정 됐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그 사원이 자리잡은 장소가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사악을 제사 지내려던 모리아산 꼭대기라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전에는 솔로몬왕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졌던 지성소다. 솔로몬의 성전은 그뒤 BC 6세기 때 무너졌다가, 71년만에 다시 제2성전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예수님 당시까지 내려왔었다.
이스라엘의 성전이 이 지성소에서 사라진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어간 뒤 40년쯤 지난 AD 70년 무렵이다. 또한 현재의 회교사원이 이 아브라함의 제단 위에 들어선 것은 서기 691년의 일이다. 이슬람으로서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자신들의 조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곳을 더 없이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
유명한 「통곡의 벽」은 그 옛날 성전의 서벽이 부분적으로 남았다고 믿어지는 곳이다. 그들의 성전터를 이슬람에게 빼앗기고 나라마저 잃은 채 전세계로 유랑하게 된 유대인들은 성전의 자취가 남은 이 곳에 와서 기도하고 울고 하였다. 지금도 비록 행정적으로는 점령을 하고 통치를 하고 있으나 성전이 있어야 할 곳에 성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곳 통곡의 벽에 기대어 그 옛날 솔로몬 왕이 약속한 기도 (열왕기상 8장 29절 이하)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성전터에 올라 앉은 회교사원을 삐며 아프게 생각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바로 그같은 생각이 정치적인 일들과 복합되어 과격하게 나타난 것이 이번의 총격 사건으로 이해된다.
알 아크사 회교사원이 있는 예루살렘 성안을 비롯해서 「베들레헴」「나자렛」「헤브론」「예리고」「세겜」등 대부분의 성지들은 이른바 웨스트·뱅크(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속한다. 1967년「6일 전쟁」때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곳들이다. 따라서 그곳 주민들은 거의 아랍인들이다. 특히 에루살렘에서 「나자렛」으로 가는 길의 사마리아 지방 등 몇 몇 지역은 이스라엘 운전사들이 야간 운행을 기피할 만큼 치안 상태가 좋지 않다. 점령 지역에 오가는 이스라엘 병사들, 그리고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아랍 주민들을 바라 보면 일본인들에게 강점됐던 우리의 옛 처지가 떠오른다. 웨스트 · 뱅크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결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겠는가를 그들 아랍주민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어떻든 우리의 죄를 대신하고 우리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고향이 오늘날에도 지극히 평화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예수님 자신의 말씀과 함께 이스라엘의 성지순례 길에서 두고 두고 되씹혀 생각 나는 일이 었음을 고백 하고자 한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중동 발신의 뉴스를 보면서 「성지의 안부」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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