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정신 갖고 사는 사람있거든 손좀 들어 보시오…』
신문 1면 만화에 적혀 있는 말이다.
『정말 그렇군』할 만큼 공감을 준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건이란 나게 마련이다. 사건이 전혀 없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살 맛이 없을는지 모른다 .사건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세상에 알리고 매스콤도 장사(?)가 된다.
그러나 「요즘」의 사건들은 사건을 먹고 사는 사람들로서도 기가 질린다.
이러다간 이 세상이 어떻게 되는걸까를 먼저 생각해야 할 만큼 걱정스럽다.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니다.
「요즘」의 사건들 -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에서 시작해서 의령 주민 대량 참살 사건을 거쳐 張 여인 사채 사건에 이르기까지를 지켜 보노라면 『제 정신 갖고 사는 사람 손좀 들어보라』는 말이 실감있게 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공통적인 것은 이 사건들이 모두 「엄청나다」는 점이다. 심각성에 있어서나 규모에 있어서나 파급 영향에 있어서 「초대형」이다. 전에는 미처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 보통 사람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일, 세상이 어디까지 막판으로 몰려 갈수 있는가를 실증하는 일들이 예사롭게 빚어진다.
『간혹 가다가 그럴 수도 있는』정도라면 또 모르되, 하나가 터져서 수습 되기도 전에 또 하나가 터지는 식으로 계기(繼起)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이제 또 무엇이 어디에서 터져나올 것인가를 공포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대형사건의 폭주에는 여러가지 사회구조적인 분석과 진단이 있을 수 있다.「날만 하니까 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때, 엉뚱하게도 매스콤을 사갈시(蛇蝎視)하고 원망하고 싶은 부류의 사람들도 없지 않음을 본다. 그들의 논리인 즉 『사건이 나도 그 사건을 세상에 알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그 사건이 난줄을 모를게아니냐』『설혹 사건이 세상 사람들은 곧 잊어 버리게 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언론의 오랜 적(敵)인 이런 발상이 아직 엄존(嚴存)하는 것이 우리의 주변 현실이라면 과장일 것인가.
전제 군주의 나라이던 조선조에도 이른바 삼사(三司)가 있어, 그에 속한 관리를 언관(言官)이라 하였다 한다. 이들은 항상 임금의 언행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들의 간(諫)하는 기개가 얼마나 높았는지.「벼락이 떨어져도, 목에 칼이 들어가도 서슴지 않는다」(抗雷정 蹈斧鋮 而不辭)고 묘사되었다 한다.
또 춘추관(春秋館)이라는 관청의 관리는 사관(史官)이라 하여, 임금의 일거수 일투족을 「목숨걸고」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다. 이 기록은 임금에게는 절대로 보여주는 일 없이 임금이 돌아간뒤에 비로소 정리돼, 실록으로 남았다. 그 집대성이 역사연구의 보고인 지금의 조선왕조실록 8백80여 권이다.
언관과 사관-그들은 비록 관(官)의 입장에 서있었지만, 비판과 기록의 기능에서 오늘의 매스콤 종사자와 똑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여진다. 아니 오히려 오늘의 저널리스트를 부끄럽게 하는 자유와 책임을 누리고, 가졌다. 그 선조들이 만약 오늘의 사건 러쉬를 지켜보았다면 무엇이라 간(諫)하고 어떻게 기록했을 것인지.
우리 교회도 마침 홍보주일을 맞이한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승천 하시자 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였다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까지 보내시어 영원한 구원을 선포하고 거룩한 불멸의 말씀을 전하게 하셨다』(마르꼬16·22)는 것이다.
제정신 차리기 어려운 요즘의 사건 홍수속에서는 「전달하는 일」어려움을 더욱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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