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 없이 찾아 온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 기도를 드리기 전 벽에 걸린 십자가사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잠시 지난 일을 되돌아 본다.
1974년 여름 혼자 성당을 찾아서 교리를 배운 후 영세를 받으면서부터 나의 작은 고통은 시작된 것 같다.
철저한 불교 집안의 둘째 딸인 나는 식구들 몰래 성당에 다녔다. 그러던 중 식구들의 손에 의해 감추어 둔 십자고상과 성모상. 성경책 등을 빼앗기를 수십번 마당에 버려져 깨어진 성모상을 테이프를 불이면서 눈물로 약속 했다. 절대 굽히지 않겠노라고…
영세 후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도 내 탓으로 돌리는 친척과 식구들을 침묵으로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정신적 고통이 주어질 때마다 퇴근 후 성체 조배를 드리면서 주님과 대화를 계속 했다.
그 때마다 주님께선 단세 마디『참으라』는 말씀만 을 들려주시곤 하셨다.
나는 굽히지 않고 성당에 나갔고 레지오 마리애 단장직을 맡으면서 활동을 통해 나보다 더 고통 받는 형제들을 대할때마다 나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환자 마을을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식사하며 그 속에서 인내를 배웠다. 그 때의 인내심이 싹터 지금 하나의 작은 열매를 맺게된 것이라 자부해본다.
그러던 중 완고한 식구들의 눈을 뜨게해 준 계기가 생겼다. 80년 여름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신 후 중환자실에서 40여일 간을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계실 때 나는 어머니곁을 떠나지 않기로 맘 먹고 직장과 병실을 오기며 간호를 했다. 어머니의 병세가 절망적으로 악화됐을 때 집에선 스님을 모셔오고 난 나대로 본당신부님과 상의 생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는 40여일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일반 병실로 옮겨가게 됐다. 계속해서 난 24시간 간호하며 틈날 때마다 묵주기도를 드리며 성모님께 매달렸다.
퇴원시 엄청난 치료비 앞에 어쩔줄 몰랐으나 무난히 해결되어 어머니는 퇴원하시고 집에 오신지 1년이 넘었다.
설상가상 장래를 약속하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 내결을 떠나 버렸을 때 고통을 참기 어려웠지만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기로 나 자신에게 약속했기에 보내주었다.
지금까지 어머니를 간호한 결과 이젠 어느정도 의사 소통도 하시고 식사도 혼자 하시며 화장실 출입도 하시게 되어 난 기쁜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이젠 식구들이 나를 보는 눈도 달라졌고 엄두도 못냈던 친척집 조차 방문하게 됐으며 나의 작은 정성이 어머니를 일어나시게 했다고 주위에서 칭찬할 때 마다 먼저 주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며칠전 큰 남동생이 입교 의사를 밝혔을 때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성가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시며 내가 바치는 주의 기도에 합장 하신 채 함께 눈을 감으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주님께서 말씀하신『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니…』하는 성경 귀절을 다시금 마음 속 깊이 되새겨 본다.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영위하게 되어 십자고상도 집에 걸 수 있고 성모상도 모시게 됨은 심한 고통을 통한 작은 기적이 아닐수 없다고 스스로 되어본다.
내게 신앙이 없었고 고통을 통해 보여주신 주님의 사랑을 확인할 수 없었더라면 난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겉에서 지켜 봐주시고 용기를 주신 본당 신부님과 편지로 격려해주신 수원의 李 신부님 서강대 진 신부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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