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평소 내가 잘 알고 있던 박수철 씨라는 분이 계셨다. 박 선생은 동아 제약 회사에 근무하시다가 퇴직하신 분인데 병원 입원비로 인해 절망에 빠져있던 나에게 희망을 심어 주셨다.
이 분은 퇴원하여 쩔쩔매는 나를 보시고 너무 고생이 많았다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자 없이 사용하라면서 거금 60만원을 선뜻 빌려 주신것 이다. 74년 당시 60만원은 정말 큰 돈이었다.
참으로 인간이 세상에서 그저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식구가 40만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던 불구의 나에게 60만원을 이자 없이, 그것도 두고 두고 갚으라는 박 선생님의 사랑은 나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를 심어 주었다.
교통 사고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자 아내는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다.
남의 집 추녀밑에서 품빵장사의 수입은 2백원 올리기가 어려웠다.
생각다 못한 나는 아내 결혼반지ㆍ목걸이ㆍ시계를 팔아서 만화 가게를 차렸다.
만화가게를 차려 놓고 보니 나의 성격에 맞지도 않을뿐 아니라 중학생들까지 가게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일삼는 탈선 때문에 더 이상 배길수가 없었다.
야단을 치면 불구의 몸을 우습게 보는지 도대체 말들을 듣지 않는 것이다.
궁리 끝에 고향에 내려가 선친께서 유산으로 남기선 논밭을 처분 하였다.
우선 60만원을 빌려주신 박 선생님을 찾아가 꾼돈을 갚았다. 급한데가 많을 테니 급한데부터 던져쓰라는 박 선생의 고마운 마음을 한사코 사양했다. 정말로 고마우신 분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고비를 넘겨 살아 가겠다는 일념으로 버티었다.
이러한 가운데 내가 사고전에 다니던 치과의원 원장님이 오셔서 앉아서만이라도 일을 할수 있지 않겠는냐면서 치과기공 일을 다시 해보라고 제안 해 왔다. 정말로 고마운 배려였다.
다시 치과기공 일을 시작했다. 병원 2층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간호원들의 부축을 받았고, 대퇴골절로 인해 약 한자 반의 쇠가 박힌 다리 때문에 버스를 탈수 없어 택시로 출 퇴근을 했다.
치과기공 기술을 배우지 못했더라면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짧지 않은 순간을 경험하면서 인간적으로는 한층 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의 시련을 통해 나는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74년 가을, 남자 간호 보조원이 되기 위해 한국 간호 보조원 학교에 입학 했다.
입학을 하고보니 강의실이 5층이어서 등 하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6층 짜리 계단을 오르는데 약 40분이 걸려 교실에 들어가면 정신이 다 없을 정도였다. 아마도 다 쳐 보지 않고 불구의 몸이 아니면 이 심정을 그누구도 모를 것이다.
양쪽 손으로 목발을 짚다 보니 교과서는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학교 측의 배려로 수업 후에 교무실에 맡겨 놓으면 이튼날 수업전에 서무과장이 나의 책상위에 책을 갖다 주곤 했다. 이때 내나이 서른 다섯 살 이었다.
나이 들고 보니 공부 한다는것도 힘들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치과 의원에 출근, 밤 10시 정도까지 밀려 있는 기공일을 한 후 퇴근하는, 피곤하지만 보람과 기대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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