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이 아주 드물게 나타날 때 사람들은 그 현상에 더 집중하고 열광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몇 세기만에’, 또는 ‘인류 유사 이래 처음’과 같은 수식어를 대동하고 우주에 나타나는 갖가지 현상을 보기 위해 온갖 지식과 노력이 동원되는 사례가 그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도 마찬가지여서 어떠한 상황이 드물거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때 오히려 입에 자주 올리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가운데 ‘진정성’이란 말이 있다. 대화의 자리에서 진정성이란 말이 오르내릴 때 드는 생각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진정성을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진정성’이란 철학 용어는 언제부터인가 단어 자체가 갖는 묘한 어감으로 인해 열광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진정성이 의심된다”, “진정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등의 말은 이제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게 됐고 ‘초등학교 운동회의 진정성’, ‘우체국 시스템의 진정성’, ‘4대강 사업의 진정성’, ‘대통령의 진정성’, ‘왕비호 개그의 진정성’ 등과 같이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도 진정성에 휩쓸려버린 말의 홍수가 넘쳐난다.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 일부터 가까운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진정성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 등 진정성을 두고 우리 주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은 그만큼 우리 사회, 그리고 사회 속에 내재한 수많은 관계들이 진정성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제 모든 일의 핵심처럼 인식되고 있기까지 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도 단순하다.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여러 사실들 안에 놓인 실체가 진리를 담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확인한 실체가 진리를 반영하고 있을 때 우리는 진정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소통의 과정에서 어떠한 객관적 실체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각자가 지닌 진리에 대한 시각이나 잣대가 다르다면 한 대상을 두고도 서로 엇갈리는 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고 결국 상대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군에 의해 사살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두고도 사람 수만큼이나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도 결국 각자가 지닌 진리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빈 라덴의 죽음을 정의의 승리라며 축제를 여는가 하면 누구는 제국주의의 폭거라고 하기도 하는 등 반향은 극과 극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진정성’이 중요한 실마리로 떠오를 때가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누가 정의로운지, 무엇이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지…, 순간순간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설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참 그리스도인이라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제시하는 길을 선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밀과 가라지, 양과 염소의 갈림이 칼같이 명확해지는 까닭이다. 물론 인간적인 나약함이나 부족함으로 그리스도를 떠올리기조차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주님마저, 그분의 진정성마저 회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결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주님이 들려주시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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