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는 키가 크고 마른 금발의 멋진 스물넷의 수수한 캐나다 아가씨였다.
붙임성이 좋아 상대방이 알아듣거나, 말거나 영어로 떠드는 그는 영어 강사로 같은 아파트에서 살며 우리들의 화제가 되었다. 리사의 엄마는 한국이 북한과 대치중인 위험한 나라로 알고 있어 매일 연락을 하지 않으면 아주 불안해했다.
짠순이 리사는 헛돈을 쓰지 않고 주일 오전에는 큰 배낭을 메고 읍내로 십리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는 가톨릭신자다. 반바지에 배낭을 메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밀가루 알러지라 영성체도 못하고 혼자 미사주를 마셨고 할매들과 곧잘 이야기를 한다. 미사가 끝나면 리사는 바로 화왕산으로 간다. 원더풀과 비우티풀로 수다를 늘어놓는다. 식당에서 리사는 눈높이를 맞추느라 바닥에 꿇어 앉아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천천히 한참을 말하고 운동장에서 과격하게 달리기를 하며 읍내 오일장에 가서 덤을 얻기도 한다.
기숙사에 있는 우리 학생들은 리사를 따라 함께 달리고 호기심을 잔뜩 보였다. 검소하고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여 세계여행을 위해 꿈을 찾아 한국까지 왔다는 리사를 보며 시골학생들은 조금씩 가슴을 넓히며 꿈 하나씩을 더 만들었다.
영어 하나만 들고 용감하게 한국에 온 리사는 젊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며 활기를 일으키더니 갑자기 한국을 떠났다. 현관에 캐나다 국기와 카드를 걸어놓고, 아파서 캐나다로 가게 되었다는 간단한 메모를 남기고. 그토록 씩씩한 아가씨가 아프다니, 어디가? 키가 커서 이야기하자면 한참을 올려다 봐야하고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캥거루처럼 하는데. 루르드와 파티마 성모님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즐겁게 말하던 그는 사랑과 청춘의 눈부신 빛을 우리에게 뿌리고 갔다. 한참 후, 부모님 목장에서 젖소를 안고 찍은 건강한 모습이 메일로 날아왔을 때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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