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은 주님 은총 속에 이뤄지는 사제직과 봉헌 생활의 성소를 위해 함께 묵상하고 기도하는 성소주일이다. 교회 공동체는 이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오롯이 하느님께 삶을 봉헌하려는 이들을 특별히 기억하며 격려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성소주일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이는 단순히 성소를 희망하는 이들의 수가 줄어드는 등 성소를 둘러싼 외적인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세속화의 흐름 속에 그리스도의 종이요 증인으로 세워져서 거룩한 삶을 통해 자신들이 선포하고 거행하는 것을 보여주도록 요청받는 이들인 성소자들의 존재 의미가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앞서 성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묵상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백성이 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성소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소는 하느님께서 그 사람에게 맡기신 일을 통해 그 사람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여 하느님 나라로 가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마흔여덟 번째 돌아오는 올해 성소주일을 맞아 성소 육성을 위한 지역교회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성소 감소 현상이 어느 한두 지역교회만의 일이 아니라 보편교회가 겪고 있는 공동의 문제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음을 통해 성소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활동의 탁월한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당신의 가장 가까운 협력자들을 부르실 때 제일 먼저 기도하셨다. 이는 곧 성소가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끊임없는 기도의 결실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삶과 성덕에 반드시 필요한 사제직 성소와 봉헌생활 성소가 언제나 공동체의 기도 영성 사목 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아울러 주교들과 신부들은 자신이 선물로 받은 직무의 거룩함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삶과 가르침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기쁨과 부활신비가 지닌 구원의 새로운 힘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성소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다른 지역교회에도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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