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년배로 구성된 친목계에 참석했다. 계모임의 사무적인 순서가 끝나고 오랜만에 合流한 십 여명의 친구들과 여러가지 정담을 나누면서 유쾌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친구가 대뜸 언성을 높이며『요즘, 너희 교인들 왜 그러냐』며 힐난조의 말을 끄집어 냈다.
나는 그 친구를 빤히 올려다보며『왜, 그러냐』고 다소 외아스런 표정으로 반문 했더니 예상했던 비난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 아무리 성직자라 하더라도 반국가 사범을 방조할 수가 있느냐?』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동석한 몇몇의 친구들까지 가세하여 공박해왔다.
나는 그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분별없는 聲討를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은 차분한 음성으로 응답했다. 사실 내 뿐만 아니라 모든 형제들의 신념과 감정을 자극하는 부당한 발언이었지만 그렇다고 전후없이 무작정 반박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들 모두가 異敎 신도 내지「가톨릭」에 對해 티끌만치의 지식도 없는 비신자였기 때문이며 아울러 그 사건에 관련된 여론이 그런 방향으로 오도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사실을 감안, 국가의 실정법이 그렇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가톨릭 성직자의 신원과 기본적인 교리, 그리고 사제가 절대 용공분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소상히 설명했지만 시중 부정적 견해로만 일관해 버렸다.
정작 이런 경우 어떤 방법으로 이해를 시켜야 될지 무척 난감하고 답답했다. 그렇다고 신자를 자부하면서 이치에 배치되는 그러한 부당한 營實에 소극적 해명이나 방관적 태도로 적당히 효도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언젠가 주회 때 신부님께서 『여러분이 진정한 신자라면 이 사건에 관련하여 어느 누가 어떤 질문을 던져 오더라도 그에 관한 확고한 신앙적 主觀을 기탄없이 진실하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훈화가 그날따라 절실히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그들의 그러한 냉담중에서도 그러한 곡해를 해소시키려 노력해 보았으나 고착 된 듯한 인식을 좀 처럼 변화시킬수 없었다.
정작 착잡한 감정이 가슴을 압박해 왔다.
그들을 향한 나의 조그마한 소망이 그렇게 좌절되는 순간,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이나 우정을 나누어 오던 그 친구들을 왜 전교하지 않았는지… 죄책감이 앞선다.
비교적 交分이 두터운 知己들이라 부단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권유했더라면 한 두명이라도 신앙적 心志를 같이하는 형제가 있었을텐데… 전에 느끼지 못했던 태만에 대한 후회가 가슴속으로 밀려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可視的 實利追求에만 급급하여 종교 따윈 안중에 없는 部類들 이라곤 하지만 개인의 노력하에 따라 입교 여부가 결정 된다는 가능성을 믿으며 또 이 사건과 관련, 주위에서 어떠한 사건과 비난이 있더라도 공고한 신념엔 변함 없을 많은 형제들을 생각하며 그날의 비애를 고귀한 기쁨과 보람으로 승화시키리라.
고통 중에 계시는 최 신부님의 건승을 기원하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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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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