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냉담 생활 때문에 하느님과 성전을 혼돈하리 만치 무지 했던 내가 긴잠에서 깨어나 단순하게 그분을 좋아하면서 평일을 지킨다고 다니면서 행복의 의미를 조금씩 알 때 내 비밀스런 가난과 치부를 누가 알세라 방문 받기를 꺼리던 나에게 본당 수녀님께서 『데레사씨댁에 방문해야 겠어요』
『녜, 수녀님 오셔요』대답을 하면서 뭔가 올 것이 온 것 같았다.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 같아 진다. 방문할 기회가 많아 다녀보니 어쩜 모두 하나 같이 화사하게 잘 살던데 바오로와 난 못나서 결혼생활 15여년에 궁상스레 이제 겨우 작은 집 한 칸 마련해놓고 우리 땅에는 그게 장해서 그 뒷마무리에 쩔쩔매면서도 내집 마련을 했다는 자부심에 족하고 있었는데 귀한 분을, 네게는 적어도 귀하신분을 내초라한집에 모실 것을 생각하니 송구하기만했다. 내 전날의 가난을 되돌아보면 지금도 감사해야만 할터인데도…
수녀님께선 단순히 집이나 알아두시려고 그러셨지만 난 그게 아니었다. 한 없이 그분들을 초대해 보고 싶었고 이웃들도 불러서 서룬 솜씨 나마 장 끊이고 김치 담궈 한끼 식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나는 그동안 여러댁을 방문하면서 아직도 초라한 내모습을 드러내놓고 싶지 않았었다.
『아휴, 그분께 맡기자 좋으신 수녀님 식사 한번 대접하게야 해주시겠지』하고 배짱을 내고 나니 편안해 졌다.
『수녀님 언제로 할까요』
『목요일쯤 가볼까요』큰 수녀님 그러시자 작은 수녀님께서
『나도 데레사씨 집에가보고 싶었어요』하신다.
『수녀님 보통 흔히있는 그러집이 아니고 우리 집은 정말 초라해서…』진실을 나누기엔 너무 어색해 장난 같이 한 말이다『누가 살림보러 가나요』
『맞아요, 수녀님 부족하지만 저녁 식사를 대접할 터이니 일찍 오셔요』결정을 해버리고 나니 걱정스러우면서 즐거웠다. 오늘이 화요일이니 정확히 이틀 후다. 촛불을 밝히고 하느님께 정말 간절히 빌었다. 『주님, 못난 저희집에 당신의 어여쁜 따님들이 오셔서 부디 기쁜 시간을 담아가게 절 좀 도와주셔요』다음 날 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 했다. 전에 요리 강습에서 사두고 별로 펴보지 않았던 책을 꺼내어 메뉴를 짰다. 음식 가지와 필요한 재료를 나열하고 시장을 다니고 준비 했다.
『엄마 우리집에 수녀님들오셔』
생전에 수녀님은 커녕 손님 모시기를 잘 안하던 집에 엄마가 요리책을 보고 시장을 다니고 하니 우리 오틸리아가 신이 나서 어쩔줄을 모른다.
『그래 수녀님 두 분이 오신단다』
『우리 가족 성당엘 열심히 다니라고?』
『엄마, 신부님도 오셔? 엄마, 신부님 높아? 예수님이높아?』질문이 쇄도 한다.
『엄마 하느님이 어디 있어』
『하느님은 우리 마음 속에 계신단다. 그리고, 신부님보다 예수님이 훨씬 높은 분이야. 사람은 아무리 훌륭해도 예수님처럼 될 수는 없단다. 그리고 신부님은 우리가 성당엘 다닌지 얼마 안되어 우릴 잘모르셔서 엄마가 요번엔 신부님은 오십시요 안했는데』『엄마 신부님도 오시라고해 내 노래 연습 많이해서 노래부를께. 미사때도 성당가서 조용히 할께』『안된단다. 신부님께서 여기 오셔도 드실것이 없단다. 이 담 정신차려 그때 잘 모실거야』아이에게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를 짓어 대면서 웬지 모르게 하느님께와 신부님께 자꾸 죄송 했다.
수녀님께서 오후에 전화를 하셨다.
『우리 식사를하면 신부님도 오시라고 하셔요. 우린 집만 알아두려고 했는데 신경쓰지 마시고 신부님도 모시세요』
『신부님 모시는 것은 전 괜찮은데 바오로씬 아직 교회도 안나가고 얼굴도 모르고…서룬제 솜씨로는 죄송해서 그래요』『그냥 딴 신경 쓰지 마시고 있는데로 신부님께 드리심 돼죠. 꼭 전화 하세요』감히 전화 드리기가 송구하여 동생 아네스를 신부님께 보냈다. 신부님께서 오시겠다고 하셨단다.
가족들이 잠든 밤 12시를 치는 시계 소리를 들을 때까지 진 종일 뭔가 준비를 했는데 체크할 것은 별로 없다.
마음을 다듬어 양 팔을 십자로 벌리고 조용히 앉아서 성모님께 긴 기도를 드렸다. 세상의 가난한 생활을 해보신 어머니. 지급의 저를 도와 함께 하여 주소서라고. 그리고 당신께서 보내 주시는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속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분들을 따뜻하게 모셔 들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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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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