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성탄 전후로 해서 무리를 했는지 몸이 영 개운치가 않아서 며칠동안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피검사를 하고 위 간기능 검사를 했다. 며칠 후 담당 의사가 쵤영실로 날 안내하더니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의학 전문용어를 써가며 흡연이 유발하는 갖가지 질환에 대해 슬라이드 필름을 비추며 장황한 설명을 했다. 흡연은 폐 손상, 기관지암, 후두암, 위궤양을 유발시킬 뿐아니라 일단 폐가 나빠지면 특효약도 없고 또 정상으로 되돌아 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로부터 폐암 진단이 내리면 손을 쓸수가 없고 보통 3개월 후에 죽는다는 설명을 하며 유창한 말로 금연을 강력하게 권하였다. 슬라이드를 통해 비쳐지는 흡연으로 인한 인체 내부의 장해를 사진으로 통해 보는 순간 나는 무섭고 두렵기도 해서 절대로 흡연을 않기로 결심을했다. 그런데 이 결심은 단 5분도 지속되지 못했다. 열심히 금연 권장 교육을 마친 그 의사와는 안면이 있는 터라 차 한잔을 나누면서 이러 저러한 얘기를 나누는 중에 문제가 일어 났다. 5분 전에 금연 권장 교육을 시킨 그 의사는 대화 도중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피면서 금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놈 때문에 골치를 않는다는 얘기를 하며 무슨 좋은 수가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나도 무의식 중에 담배를 꺼내 피며 나름대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던 중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를 의식했는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며 이렇게 인격을 모독할 수 있느냐 하며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지금도 그 우스광스럽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자칫 잘못 하면 입으로만 살아가기 쉬운 나의 직무에 때때로 마음이 차지 않아 갈등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고 이제 몸으로 사는 직무로 바꿀 능력도 없으므로 할 수 있는 한 내가 놀리는 혀가 혀 놀림이 아니라 가스 놀림이 되어 몸으로 사는 사람 처럼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애쓸 뿐이 나는 매일마다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을 해야 한다.
바르고 착하게 살아가는 교우들에게 잘못 움직이는 내 입으로 인하여 흑해충이 되지나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공해와 소음이 심한 우리 세대에 내소리마저 이웃을 시끄럽게 하고 사람의 귀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 나를 반성해 본다.
휴지 한 번이라도 더 줍고 가난하고 곤란한 사람을 더 찾아 보고 말하고 움직이기 전에 한 시간이라도 더 가실 앞에 입 다물고 앉아 있어야 할텐데… 입으로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의 귀를 따갑게 하기 쉽고 교회나 사회에 대하여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않지만 몸으로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평온하게 하고 이웃에게는 언제나 평안한 사람들인 것이다.
몸져 누울 틈도, 죽을 틈도 없이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서 개떼처럼 일하며 하느님 성김과 사람 섬김이 하나인 삶을 사는 마더 데레사 할머니의 세미한 음성이 성체대회나 신앙대회, 저명한 사람들의 유창한 강론보다 더욱 힘있게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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