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전력에 무려 15일동안 출근하다 시피하면서 사정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또 다시 통하였다. 주님은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이끌어 주시고 계심을 다시금 느꼈다.
한국 전력에서는 우리 장애자들이 자립 해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파악하고 나서부터는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었다.
81년 8월 29일 재활원에서 지체 장애자 가족 위안 잔치를 마련 했다.
대한 적십자사 서울 지사장이 백미 10포, 담요 20장, 부식통조림 20상자 등을 보내 주었고 동신 라이온스 클럽에서는 재활원과 자매 결연을 맺고 세탁기 1대를 기증 해 주었다.
그리고 민정당 제 6지구당에서 1 천명분의 국수를 보내 왔고, 원로 가수들의 모임인「몽연회」는 룩주 2백병을 보내주는 등 푸짐한 선물과 음식에 모두들 흥겨움을 만끽했다.
이 날 행사에는 구청장, 북부서장 종합서장 태능 서장과 6백 80명의 회원이 참석, 신체 장애자 가정에 자녀장학금 수여식도 있었다.
나는 이 행사 준비를 위해 8일 동안이나 집에도 들어 가지 못할 정도로 몰두 했다.
그 결과는 몸살이었다. 그러나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값진 행사였다.
집안에서는 재활원은 포기하고 치과 병원에 나가길 희망했으나 나의 해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은 꺽이지 않았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원생들을 고향에 내려 보낼 일이 걱정이었다. 공장에서는 여자용 슬립퍼 생산은 하고 있었지만 경기가 좋지 모해서인지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막막하기만 했다.
내 집의 명절 지낼 일은 접어둔 채 어떻게 해서라도 원생들을 고향에 보내야한다는 일념으로 여기 저기로 급전을 구하러 다녔다. 이렇게 쫓아다니는 나의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급전을 주는 데가 있었다.
원생 한명 한명에게 여비를 주어 고향에 보내고 나니 마음은 가웠지만 집안에서 명절을 보낼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수중에 남은 돈은 1천원 뿐이라 식구들을 실망 시킬 수는 없고해서 시계라도 맡기려고 전당포를 찾으니 문이 열린 곳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추석 전 날 이었다.
하는수 없이 빈손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어떻게 위안 시킬까 궁리하면서 안암동 산 언덕 셋방으로 발길을 향하는 길에서 아는 이를 만났다.
그 분은 사회사업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면서 과일 3천원 어치를 사주는 것이다. 답답한 나의 심정을 하느님께서 헤아려 보셨음인지 모르겠다.
과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자니 고마운 생각에 앞서 서글픈 생각만 들었다. 고향 생각도 나고, 선친께 연미사 한대 봉헌 하지 못함을 생각하니 한없는 서글픔이 북받쳐 오르는 듯 했다. 눈을 감고『불효 자식을 용서해달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튿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성인 직업 재활원을 살릴수 있을까 하는데 만 몰두 했다.
나의 사업은 별로 진전이 없고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공장은 제대로 돌아 갈 리가 없었다. 정부나 사회는 냉정하기만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없는 사업이 세상 어느 천지에 있겠는가 생각하니 위안이 되고 용기가 생겨 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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