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주님의 성체와 함께 성서를 항상 존중하고 특별히 거룩한 전례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과 성체의 식탁에서 생명의 양식을 얻고 신도들에게 준다. (계시 헌장 21)
하느님의 백성을 양육하는데 있어서 성체의 식탁과 아울러 성서의 식탁이라는 두 식탁에 의하여 사실 그리스도의 몸과 하느님의 말씀을 신도들에게 주어 왔고 오늘날도 주고 있으며 그리고 역시 내일도 마찬가지로 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날 가톨릭 교회가 성서를 읽는 것을 제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성서를 성전과 더불어 교회와 그리스도교적 생활의 메시지의 기준임을 밝히며 이로부터 신도는 신앙의 힘을 얻고 교회는 여기서 그 영적 생활의 원천을 구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그리하려 공의회는 『신도들에게 성서를 가까이 할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계시22) 고 강조하면서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자주 성서를 읽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숭고한 지식을 (필립 3 · 8) 배우도록 각별히 또한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라고 (계시25)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 성서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열기가 최근에 이르러 더욱 높아져 모든 교구가 사목적 입장에서 성서 교육을 활발히 전개하게끔 돼마치 성서의 바람이 이 땅에 세게 불고 있는 것 같다.
이와같은 교회 생활의 상황은 대단히 기쁘고 좋은 일이기에 환영해마지 아니 하나 좀 깊이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덮어 놓고 그렇게 기뻐만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현실을 결코 너무 비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사목적 배려에 의한 성서의 올바른 이해에 입각하여야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시대에서 이 땅의 그리스도 백성들은 거의 대부분 성서에 대한 지식이 걱정될 정도로 낮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신도들이 성서의 지식을 얻는데 도움을 크게 바라고 있기에 말이다.
문제는 사목자들이 교구 수준에서나 본당수준에서 사목적 배려로 제대로 옳게 지도하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신도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관심을 가지고 성서를 읽음으로써 오히려 사상적 혼란을 일으킨다든가 성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오는 위험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성서연구의 방법과 형태는 각 교구 및 각 그룹마다 다른 몇 가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것 같다. 물론 그 형태는 공부 · 연구 과정에서 체험을 통하여 방법론이 강구되어 가장 옳고 좋은 것으로 집약돼서 개발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사목적 정황 가운데 거의 모든 본당에서 신도들이 성서에 대한 공부와 묵사의 모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이 성서열의 흐름에 내 맡길 것이 아니라 계시 헌장의 정신에 비춰서 올바르고 효과적인 방법과 형태를 취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신도들은 전문적이 아닌 통일된 지도서나 가톨릭의 주석서를 갈망하고 있는데 실은 그 어느것도 전무한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각 교구마다 사목적 입장에서 성서 교육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 한발 나아가서 전교회적으로 성서교육 지침을 수립하여 공부 방법과 형태를 개발하고 참고 서적과 안내 지도서를 하루 빨리 제시해 주기 바란다.
신도들이 성서를 읽고, 읽은 것을 묵상하며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서 살려는 신앙적 태도가 교회생활의 산 현실로 구체화되면 될수록 우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恩惠의 時代를 맞이하게 될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성체의 현의에 자주 참여함으로써 교회의 생명이 성장하듯이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짐으로써 영적 생활에 새로운 자극을 기대할 수 있기」때문이다. (계시 26)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맞으려는 이 싯점에서 신도생활의 혁신을 기하여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민족과 아울러 온 세계의 사람들의 기대에 응답하여 사도적 활동을 촉진하려면 성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동시에 그 가르침을 과감히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더 날카롭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서 영혼과 정신을 갈라 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드러낸다 어떤 피조물도 하느님의 말씀앞에서 숨겨질 수가 없는 것이다』 (히브리 4·12)
화해의 말씀이며, 진리의 말씀이며, 은총의 말씀이며, 생명의 말씀이며, 구원의 말씀인 성서의 참 이해와 실천은 신도 자신의 쇄신과 아울러 교회의 쇄신 및 인류의 쇄신을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에 성서운동의 일대 전개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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