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고 듣는 일이다.
하루는 어떤 신자가 밑도 끝도 없이 냉담을 하겠다고 어거지를 쓴다. 새로 부임해온 신부나 수녀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서란다. 어느 본당의 헌금과 교무금이 갑자기 떨어졌단다. 신부 수녀의 인사 이동이 그 원인이 되었단다.
소위 영향력이 있다고 일컬어 졌던 열심한(?) 신자가、 교회를 위해서라면 순교라도 할 듯이 호들갑을 떨며 생활의 대부분을 성당 주의에서 맴돌았다던 신자가 왜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얼굴이 바뀌면 그토록 무관심하며 냉담하게 변하가는 걸까?
체면이라는 병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병인가? 언제 부턴지 모르지만 신자도 성직자도 이 병을 앓고 있다. 행세 때문에라면 술에 만취하기도 하고 교제 때문에 담배를 피워야 하며 때로는 사교를 위해 문화의 탈을 쓰기도 한다.
구약시대의 유대인들은 우리들보다도 더 열심하고 더 철저히 야훼를 경배하는 전례에 참석했고 계명도 잘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인간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를 받아 들이지 못했고、구원의 복음은 오히려 그들에게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짐스러웠던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성전에서 정성껏 야훼를 경배할 줄은 알았으나 삶 가운데서 경배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두 얼굴 두 마음을 가진 삶이였다. 그러나 성전 속에 갇힌 하느님은 우리의 삶 가운데로 오시어 우리와 동고 동락을 하고 싶어하시며 우리의 구체적 생활 속에서 「다가오시고、 나란히 걸으시고、 말씀을 건네오시는」(루까24ㆍ13 ~ 17) 살아 계신 분이다. 그 분은 죄많고、나약하고 억눌린 우리 이웃과 또 크고 작은 모든 사건속에서도 성전에서와 똑같이 살아계신 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생활 속에서의 하느님을 외면하고 허상(虛像)을 쫓기에 바쁘다. 성전에서는 주님을 만나고 모시기도 하지만 사회 현실 속에서는 똑같은 그 하느님을 외면하는 생활이라면 하느님을 체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더우기 성전은 이런 사람들이 현실의 당면한 괴로움과 고통을 순간적으로 잊게하는 마취제도 아편도 아니며 더우기 도피처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성전은 사회 현실이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힘을 얻는 곳이다. 영성체로 우리 안에 모셔진 그리스도는 모든 곳에서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살아있는 모습과 힘을 보여주고 싶어하시며、우리를 통하여 지신을 드러내기를 원하신다.
이렇게 성전의 전례나 미사 성제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지고 싸울 무기를 받는 곳인데、받은 이 무기가 사용되지 않을 때 또 이 무기가 하루의 생활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 때、이 무기는 녹 쓸고 오히려 귀찮은 짐이 될 것 임에는 뻔한일이다. 이러한 것인 바로 이중생활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 성전과 가정、성전과 직장、 성전과 성전 밖의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간격이 커지면 커질 수록 우리는 두 얼굴 세 얼굴、 아니 수천 수만 얼굴의 가면을 쓰게 되며 또 우리의 현실 속에서의 그분을 외면하면 할수록 성전에서 만난 그분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의 처신이 체면에 따라 변해야하고 환경에 따라 바뀌어여야 한다면 언제 보아도 오직 한 얼굴뿐인 그리스도를 어떻게 뵈올 수 있겠는가?
낮에는 꼼짝도 못하는 박쥐는 현실속에서는 무기력한 우리와 너무나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과 생활 속에서 그 분을 만나 뵈오며 박쥐같은 두 얼굴을 벗어 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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