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름방학을 이용, 학생들까지도 해외여행에 나서는판에 그야말로 이웃이나 다름없는「하와이」를 소개한다는 것은 쑥스러운 노릇이나 편집자가 다른 원고를 써주어도 이를 마다하고 하도 성화를 하니 나로선 70년대에도 3년 반이나 산곳으로 별로 신기하지도 않아 내키지 않는 붓이지만 명색이 신문사의 일원(비상임 논설위원)이라 그 주문에 용하기로 한다.
흔히「하와이」라고 하지만 싶은 태평양의 여덜개의 섬을 총칭하는 것으로 그 중「하와이 섬」은 남쪽에 있는 제일 큰 섬이지만 전도시(全島艶)의 중심이 아니요, 지금 내가 가있는「호노둘루」시가 위치한「오화우 섬」이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집중으로서 인구의 약 8할이 그 곳에 살고있다.
이 하와이 군도에 대하여 몬조 특기할 것은 뱀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치 실락이전(失樂以前)의 상태, 즉 인간이 뱀의 꼬임을 받아 원죄를 짓기 이전의 에덴 동산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뱀이 살지 않고 뱀의 반입을 주법(州法)으로 막아왔지만 인간의 호기심을 묘한 것이어서 때마다 뱀의 불법소지 잠임소동이 일어나곤 하였다. 즉「하와이」에다 자기가 뱀을 번식시킨 시조(始祖)가 되려는 객기꾼이 연달아 나타났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주의회(州懿會)는 4년 동안이나 뱀의 합법적 수입 법안을 논의한 끝에 지난 70년말에 엄격한 조건부로 이를 통과시켰다. 즉 한 종류의 뱀을 두마리까지 들여 올 수 있는데 반드시 숫놈이어야하며 또 독이 없는 것으로 못을 박았다. 그리 하여 71년 1월「호노둘루」동물원에는 뱀 한마리가 선을 보이게 되었고 지금도 그 뱀은 현지 주민들에게 인기 높은 구경 거리가 되고있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하와이 제일의 자랑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 상춘(常春)의 기후라 하겠다. 그래서 염미(艶美)로운 상록에 각양 각색의 꽃들이 항상 흐느러지게 피어 있어 이를 처음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케까지 한다.
그러나 사물에는 명암(明暗)이 있게 마련이어서 저러한 풍광 속에 항상 살게 되면 오히려 자연의 생성(生成)과 소멸(消滅)이 눈에 확연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그 아롱진 계절의 변이(變異)가 그리워진다. 더구나 그 무변화 속에는 정신적인 (無常感)이 결핌됨으로 삶의 긴장감이나 탄력성이나 충족감이 쇠퇴하는 느낌마저든다. 그래서 나는 하와이에서 지존재가 그 (有限性)으로 말미암아 더욱 소중하고 더욱 아름답다는 점을 깨우치는 것이다.
그런데 저렇듯 사시사철 피어 있는 각양 각색의 꽃들과 함께 그 속에 각종 각색의 인종들이 삶의 아비 규환이라는것을 모르고 어울려 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 답고 큰 감명이다.
하와이의 총 인구는 약 95만 가량으로 이것을 비공식 인종별 통계에서 보면 백인이 30만 · 일본계가 30만 · 하와이언이 13만 · 필리핀계 8만 · 중국계 6만 · 한국계 1만5천 흑인 1만 · 월남인을 비롯한 기타가 약 5만 명을 헤아린다.
왜 이 통계가 비공식이냐 하면 하와이 주에서는 1961년부터 인종별 통계 발표는 하지 않기로 결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은 인종별적인 수효의 세력과 우열을 될 수있는 한 배제하려는 정치적 배려에 의한 것으로, 실제에 있어서도 혼혼(混婚)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져 일상 생활 속에서 인종의 우월감이나 자격지심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하와이는 혼혈이 흉이나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으로 자기소개에 3국 민족간의 혼혈이니 심지어는 7, 8개족의 혼혈이라고 나서는 것이 예사다.
저 W. H. 오든은 그의 시의『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 뿐이다』라는 싯귀가 당시 수상 맥밀런의 국회 연설에서까지 사용되어 유명해진 일이 있는데 그는 그 후 인류의 단합에 회의를 느끼고 그 싯귀를 삭제하고 말아 또 한번 평판을 자아내기도 하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으로는 그가 만일 하와이에 와서 살아 보았더라면 이 명구를 다시 살렸을 것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하와이에서 살 때마다「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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