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부인이 이사를 간다고 교적을 떼러왔다. 왜 갑자기 이사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모 성직자에게 처신을 잘못해서 추문이 동네에 파다하다는 거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낯설은 동네로 이사를 간다는 거다.
세상의 평판은 강한 무쇠도 녹인다는 말이 있지마는 평판처럼 무서운것도 없는 것 같다. 특히 그 평판이 나쁜 평판일 때는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본인이 입는 정신적 물질적 손해는 이만 저만 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세상 사람들의 입에 가장 적게 오르내리는 것이 가장 편하고 탈이 없을 것이다.
세상의 소문이라는 것은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많고 또한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욱 빨리 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평판은 수정 거울과 같다는 말이 있다. 여자의 평판은 반짝 거리는 수정 거울 같아 한번 입김만 가까이 가도 쉽게 더럽혀진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사람들은 남의 허물과 추문을 꾸며내는 데는 어디서 그런 기발한 수법을 체득했는지 맹렬하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평판은 그야 말로 어떤 폭군보다도 어떤 독약보다도 무서운 법이다.
『하늘이 덮이고 땅이 깔려있는 천지 사방이나 해와 달이 비치는 온 우주에 있어 만물은 저마다 본성대로 편하게 움직이고 제자리에 안거하고 있으므로 어리석은 자에게도 장점이 있고 똑똑한 자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게 마련이다.』(회남자)
남의 사소한 결점을 드러내어 그 사람의 큰 미덕을 가려 덮는다면 온 천하에 성왕(聖王)이나 현명한 재상이 한사람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남의 허물을 듣거든 마치 제 부모의 이름을 듣는 것과 같이하여 귀로는 들을지 언정 입으로 말하지는 말라고 했다.
또한 대로상에서 얻어 들은 것을 그대로 작은길에서 옮겨 이야기함은 덕을 버리는 것이라 했다.
말을 하고 생각하는것이 아무리 자유라고 해도 너무하는 경우가 많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지않던가? 그래서 『말이 많은자는 도둑보다 나쁘다.』는 속담이 있나보다. 말에 세금(稅金)이 없다고 해서 말의 노예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두 여인에 대한 관찰을 보고한 심리학자 죤 웨슬레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한 여인은 열정적으로 손짓 발짓 다해가며 거칠게 지껄여 댔다. 그러는 동안 다른 여인은 한마디도 없이 평온하게 그 옆에 서 있었다. 결국에는 첫번째 여인은 조용히 지키는 침묵 때문에 맥이 빠지고 지치게 되자 기를 쓰며 고함을 질렀다.
『말 좀 해요. 그래야 내가 말을 만들어 할게 아니요.』
웨슬레는 이 장면으로『침묵은 욕설에 대한 최선의 답변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말은 적을수록 좋다. 수다스러운 사람은 대개 거짓말장이가 되기 때문이다. 거칠고 독살스러운 말은 그 근거가 약한것을 시사 하는게 아닐까? 여하튼 간에 사람은 누구나 그가 하는 말에 의해서 그 자신을 비판하기 마련이며 원하든 않든간에 말 한마디가 남앞에 자기의 초상을 그려놓는 셈이 되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이 아직은 무료(無料)라지만 좀 더 말수가 적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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