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반에서 교리를 가르칠 때 천당에 대해서 이야기 되면 나는 하느님의 정의(正義)를 꼭 곁들여서 이야기한다. 하느님께서는 정의(공의)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주시는 상급이 누구에게나 일정한 분량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흑자는 하느님이 공평치 못하신 분이 아니냐고 반문해 온다. 그럴때 내 대답은 정의에 대한 풀이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에게는 많이,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에게는 적게밖에 주시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기 그릇 정도의 크기밖에 자신이 받을 양만큼의 상급 밖에 더 받을수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햇빛은 무한하게 많은 양으로 쏟아져 내리지만 그것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제 편의 조건에 의한다.
하느님의 은총이 무한히 부어지지만 받는 편의 조건에 스스로 제한 당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탓이 절대로 아니다. 오로지 제 탓일 뿐이다. 아무리 하느님께서는 조건없이 거저 주시려해도 조건은 내 스스로 만들고 있다.
내가 만일 하느님이었다면 무척 그것이 안타 까울 것이다.
채워진 그릇에는 더 이상 채워 질 수가 없다. 더 이상 채우려면 그릇을 키워야 할 것이다. 빈 그릇일수록 차라리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미 채워진 그릇이나 이제 채워질 그릇이나 채워지기는 마찬 가지다. 보조그릇이 얼마든지 있다면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고 비우고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다 그릇은 하나 밖에 더 가지고 있지 않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채워진 나의 그릇을, 빈그릇 그대로 있는 남에게, 그것도 더우기 연옥에서 잠벌을 받고있는 단련자들에게 넘겨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나의 이 지론이 맞는지 모르지만 내가 나의 채워진 그릇을 연렴들에게 비워주는 작업을 계속 할 때마다 나의 그릇은 더욱 크게 비워진다고 본다. 아니 그 이상으로 나의 그릇이 커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가난한자는 행복하다고 했다. 천국이 바로 그의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크면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런데도 마음을 가난하게 비우면 무한히도 큰 천국이 그 마음에 가득히 채워진다고 하니 얼마나 신기한가? 비우면 채워진다는 것은 신앙의 신비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비우기보다 채우기가 위주로 외었다. 비우기전에 자주 채우기가 일이다.
물독을 비도록 두지는 않는다. 쌀독도 그렇다. 옷장도 책장도 찬장도 마찬가지다.
신앙 생활을 비우고 채우는 작업이라고 하고 있다. 아니, 비우고 채운다기 보다는 비우면 비울수록 더욱 더 채워지는 작업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른다. 예수께서는 씨 뿌리는 비유에서 30배, 60배, 백배의 수확을 말씀하셨고 달란트의 비유에서도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것은 부지런히 비우는 작업을 계속할 때 얼마든지 수확은 증가할수 있다는 시사가 아닐까?
눈덩이를 잘만 굴리면 자꾸만 더 커져간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우면 비울수록 자구 채워질뿐아니라 그렇게 할 때마다 발을 은총은 더더욱 커져서 그만큼 그릇이 커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비우는 자에게는 이미 주신 것까지 빼앗아서 다른 이에게 주신다고 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것 마저 빼앗길까봐 두려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되지 않기 위해서 비우는 작업을 계속 해야 겠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비우는 것 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솔직이 말해서 필자도 아직 그것을 제대로 모른다.
그 모르는 것부터 먼저 깨우쳐야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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