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에 내 몫(?)의 성소를 한 가지 받았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곱거나 잘 났거나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하신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우리 「꾸리아」를 이끌어 갈 직책을 맡기신 것은 부족하나마 나를 당신의 한 도구로 활용하시고자 하신 뜻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이를 테면 나로 하여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몫을 하게 하시려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도 꾸리아 비단 어깨에 단장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비단 그 뿐 아니라 그때는 나약한 나의 어깨에 무려 10여개의 무거운 직책이 지워졌었다. 가뜩이나 능력이 모자라고 재주가 없는 주제에 제대로 한가지도 이끌어가지 못할 지경이였다. 이제 생각하면 씁쓸해 질 뿐이다. 인재가 그렇게 귀했던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내가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서 미쳐날 뛴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무거운 짐바리에 허덕이게 되었었다.
그때는 그래도 30대의 한창 때이니까 겁없이 설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요령이 많이 늘었다. 꾸르실료 봉사를 하라고 요청해오고 성령 세미나에도 봉사했으면 하고있고, 프란치스꼬 재속형제회에도 가입하라고 권해 오고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전처럼 어리석게 함부로 덤벼 들지는 않는다. 첫째는 능력이 없어서이고, 둘째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에 더욱 충실하고 싶은 의도인것이다. 사실 한가지 일에도 충실할 수 있으런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나는 자신에게 그러한 핑계를 굳게 내세우고 있다.
『거두어 들일 것은 많으나 일꾼이 부족하다.』고 예수님께서 탄식하셨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엔 일할 만하고, 일할 수 있을 만한 일꾼, 곧 인재는 없지 않다. 우리 본당의 경우나 진주 지역을 놓고 보더라도 인재는 많다.
문제는 그들의 활용이겠는데 대개 어느 본당이든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늘 그 사람들이 한 몫 아닌 두 몫, 세목, 몇 몫이라도 다 맡고 있는 실정 이란다. 너희들 잘 해보라는 식일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것일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교회에서 하고 있는 일에도 만일 물질적인 이득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희생과 봉사 밖에 없기 때문에 맡기 싫어할 것이라고 하면 모순이 될까? 전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인데 아무런 이득(물질적)이 없는 일에 뛰어들 필요가 있겠는가? 너희는 그렇게 신앙 생활을 하려므나. 난 이렇게 할테다. 바로 그런 의도일는지 모른다.
사랑은 칸트의 말처럼 방법적 또는 수단적인 존재가 아니라 목적적인 존재라는 것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그 자신의 목적을 가져야 하고, 또한 그 자신이 바로 목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목적일진대,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자기 몫은 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의 몫까지하라는 것이 아니요, 남의 목적까지 다하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자기를 목적 달성하기 위하여 자기 몫을 다하라는것이 아닐까?
그런데 세상엔 자기 몫 이상의 몇 배의 몫까지 훌륭히 해내는 인물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들로서는 그것이 바로 자기네 몫이라고 겸허해하고 있을런지 모르지만, 오늘날 배울대로 배우고 경제적으로도 괜찮고, 사회적 지위나 명성도 있는분들이 자기 몫까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게 될 때 웬지 나 자신이 서글퍼진다. 어쩌면 자기 네가 할 일을 나같은 것이 하고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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