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 하느님께서 왜 그들을 선택하셨을까? 그들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 가운데 가장 똑똑한 민족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어느 민족보다 가장 선량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었다면 그들이 훌륭한 민족성을 가진 가장 표본적인 인종이어서 였을까? 그 몇 가지 이유를 놓고 생각해 보아도 어쩐지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을 것만 같다.
그 분의 뜻을 다 헤아리긴 어렵지만 아마도 그들을 선택 하신 의도는 그들이 너무나 나약한 민족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야훼 하느님께서는 강한 자를 대적하시고 약한 자에게는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니까. 어쩌면 그럴는지 모를 일이다.
구약성서를 섭렵해보면 야훼께선 한 없이 그들을 사랑하신 나머지「가나안」에서 흉년을 맞았을 때 이집트로 인도 하셨고,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시달릴 때 홍해를 건너게 하여 시나이 반도를 거쳐서 꿈에도 그리던「가나안」으로 다시 인도 해주셨다. 판관시대나 왕정시대는 물론, 남북 분열을 거쳐서 멸망하고 난 뒤에도 그분의 심심한 배려는 끊임이 없으셨다. 그 뿐인가? 그들 이스라엘 민족 속에 구세주가 나게 하셨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처형한 그들인데도 성경에서도 앞으로의 그들을 구원하실 계획을 암시하고 계신다.
그들이 야훼께 저지른 배신 행위는 너무나 많아서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 무엇보다 가장 엄청난 것은 그들이 예수님을 처형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자식이 부모를, 백성들이 자기 왕을 처형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반역죄를 저질렀건만 그분은 그들을 완전히 멸해버리지 않으시고, 언젠가는 다시 또 구원하시겠다고 한다.
우리같은 범부(凡夫)로서는 도저히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너무 높고 너무 깊은 그분의 마음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자비로운 분이신지 모르겠다. 용서하지 않고는 도무지 못 견디시고, 사랑하지 않고는 도시 견딜 수가 없으신가보다. 일단 그 잘못으로 인한 보속을 주시기는 하지만, 그것을 그냥 보시지 못해서 더욱 더 큰 은총과 함께 구원해주시는 그 넓고도 넓고, 크고도 크고, 높고도 높은 뜻을 어떻게 제대로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무한성(無限性)을 곧잘 입에 올리게 되는데, 무한성의 한계를 우리의 계산이나 인식으로는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리라. 우리가 말하는 무한성 그것은 무한성이기보다 유한성에 불과할 것이니까. 우주가 무한히 넓다고 표현하지만, 우주는 무한한 것이 아닌 유한성의 세계이다. 무한성이란 오직 하느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모든 면에서 무한 하신 무한의 근원이요, 무한하기 때문에 유한한 피조물이 창조된 것이 아닐까? 무에서 유가 창조된다고 하니, 무한에서 유한이 나올 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사랑이 무한하시고 은총이 무한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이스라엘을 용서 하셨듯이 그리고 앞으로 또 그들을 구원 하려고 하시 듯이 우리를 용서 해주십시고 빌고 싶다. 물론 그 분께서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 해주실 줄 믿지만, 한가지 크게 두려운 것이 있다. 나무의 원줄기인 이스라엘을 잘라내고 이방인인 우리를 접목하신 그 분이신데, 원줄기도 아닌 가목(假木)인 우리를 여차하면 잘라 내버리기란 너무도 쉬울 것이다. 정말 두려워해야 할 일이 바로 그 점이다. 이스라엘을 벌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 언젠가 무참히 벌받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 못할 일이다.
그 생각을 하게 되면 머리부터 나는 몸서리부터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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