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창조라 말하고들 있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이 제 삶의 것을 창조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는 사랑은 창조하는 것이지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것은 순전히 나의 조그마한 경험에 의해서 체득한 귀중한 결론인 것이다.
나는 중매 결혼을 했다. 생판 모르는 여자와 선을 보고 1주일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솔직한 고백이지만 처음엔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나이는 이미 서른 살이 된 터여서 장가를 아니 갈수는 없었는데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전혀 백지상태인 여자와 어떻게 백년 해로를 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었다.
그때 나는 열심치 못한 내 신앙심으로 성모님께 간절히 부탁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도와 주십사고, 그리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렸다.
그런데 실로 묘한것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성격적으로나 취향이 전혀 같지 않은 우리는 처음부터 야릇하게도 하나의 공통분모를 형성 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피차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할까? 아니, 그만큼 주님의 은총이 성모님을 중개자로 하여 강력히 작용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성질이 좀 괴팍스러운 편이건만 무척이나 그것을 죽이려고 애썼고, 아내 또한 자신의 성질을 억제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가난하지 않은 집안에서 막내 딸로 자란 그녀가 잘 살지 못하는 선비 집안에 시집와서 안스러워하거나 답답해하는것을 몇 번이고 볼 수 있었다. 피차에 전혀 마찰이 없었던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린 다시 안볼 것처럼 크게 다툰 적은 없었다.
결혼생활 이제 17년, 그동안 아이들이 넷이나 된다. 우리는 피차 불혹을 다 넘겼다.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잉꼬 부부임을 누구나 다 이야기하고 있다. 그 비결이 바로 창조였다고 나는 한마디로 말할수있다.
나의 인생관이 곧 사랑이기때문에 남들과의 사랑이 전에 부부애에서 모든 사람을 시발해야 한다고 믿고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의 인심이 왜 그렇게 각박 해졌으며 젊은이들이 어쩌다 그렇게도 비행이 심해졌는가? 그 대부분은 가정에서 부부간의 애정의 밀도가 진하지 못하거나 서로 갈등을 빚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을것 이다. 서로가 노력하고 서로가 인내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노력은 창조를 의미한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다는 속담은 속담으로 그치지 않는 고귀한 진리이다. 그러한 진리를 외면하고 좋은 결과만을 원한다는것은 될 일이 아니다. 물질 만능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근본 정신은 스스로 돕는 마음일 것이다. 가장 쓴맛을 보는 자만이 가장 단 맛을 볼 수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말이 아닐까?
참된 사랑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기 편리할 때로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려면 아예 사랑 같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하리라.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한다.
받으려고만 할 때 언제나 결과는 쓴 맛 뿐이다.
내가 마치 사랑의 대가 (大家)인 것 처럼 말하고 있는데 실지 그렇지가 못하다. 다만 조금 노력하면서 그것을 창조해보려고 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내와의 합작인 것이며, 바로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서 등뿍 주신 은총에 힘입음 일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태어난 그 사랑의 열매가 아닐까?
사랑의 열매 구실을 하기 위해서도 우선 부부간에 사랑하고, 그래서 하느님을 더욱 더 깊이 확인하는 가운데 이웃 사람을 실천하여,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리라 믿는다.
물론 그것이 그리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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