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처가에 잠깐 볼 일이 있어 시골에 갔다 온 적이 있었다.
공해에 찌들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시골이라는데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으리만큼 친근감을 준다. 아마 시골나름대로의 특유한 멋이있어서 그런것 같다.
예를 들면 눈덮인 산과 들의 경치라든가 그 추위를 잊고 썰매 타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모두가 도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따뜻한 방에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다보면 날이 새곤.
역시 시골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과 휴식을 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마음속으로 훈훈함을 주어야하는 성당의 분이기는 모처럼 찾은 사람에게 생소함을 느끼게 한다.
처가가 있는 곳에서 한 30여분간 큰 신작로를 따라가면 읍내에 조그마하고 소박한 성당이 있다. 흡사 친정 어머니를 대한듯 퍽 아늑한 성당이었다.
성당 정문을 들어서면 기도하는 자세로 하늘을 향해 서있는 겨울 나무들하며 종탑위의 십자가도 매우 신선하게 보이는 그런 성당이었다.
나와 내 아내는 좀 서먹서먹한 분위기였지만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입당송 노래와 함께 미사가 시작 되었다. 신부님은 두명의 꼬마 복사와 함께 제대앞으로 나오셨다. 어느 농부(?)를 연상하리만큼 구리빛 모습의 신부님은 매우 건강하게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퍽 친근감이 갔다.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강론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신자들도 신부님의 강론을 열심히 들었다.
비록 얼마 안되는 신간이었으나 미사가 끝났다. 본당 소식을 알리는 공지사항이 있었다.
순간 주보를 펼쳐 본 나는 나쁜내 눈을 의심했다.
-지난 주 헌금 2만 몇 천원-.
혹시 20여만원이 잘못 된것이 아닌가 하고 눈을 비비고는 다시 들여다 보았다. 역시 2만 몇 천원 이었다. 내 아내도 의문이 갔던지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주송자의 공지사항이 끝나고 신부님이 다시 마이크 앞으로 나오셨다. 『추운데 죄송합니다.
신부가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거북스럽습니다만 오늘은 좀 한마디 해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집(사제관)이 비가 새고 바람만 불면 문짝이 덜컹덜컹하고 해서 수리를 하려고 견적을 냈더니, 백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신자들에게 말씀 드린지 아마 서너 달쯤 된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만 오늘까지 8만원 들어 왔읍니다』그러고 보니 주일 헌금 2만 몇천원이 이해가 갔다. 이만 몇 천원×4 = 약 9만 몇 천원, 이것으로 이 본당을 어떻게 운영할까, 몹시 궁금했다.
물론 시골은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외에 대도시의 성당은 어떤한가 나 역시 그렇게 풍부한 헌금은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동전 몇푼으로 하느님의 은혜를 바라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는 많은 것 같다.
물론 하느님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일에 한번 내는 헌금이라면 그 속에 정성과 진정한 뜻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 해본다.
그날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아오면서 신부님을 돕는 길이 없을까 하고 생각 해보았지만 그 날 따라 겨울이 왜 그리 추운지, 차가운 바람은 내뺨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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