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내가 담임을 했던 일학년 의반은 무척이나 극성스럽고 수선스럽고 무엇이든지 했다하면 꼴찌 꼴찌의 연속이었다. 다달이 보는 시험 성적이 그렇고 환경 심사가 그렇고 하물며 합창대회 체육대회까지도 모두 꼴찌만 하는 반이었다.
교직 생활 10여년만에 처음 맡아보는 일학년이고 보면 나에겐 적잖은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놈들에겐 결석을 안하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버릇이라기보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끈질긴 집념 같았다. 누가 결석을 하지 말자고 강요를 한 것도 아니다. 다만 놈들은 입학식이 있던날 아마 교장 수녀님의 훈화를 기억했으리라.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은 국민학교 어린이가 아닙니다. 어엿한 중학생 입니다. 중학생이 되려면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건강하게 학교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우리반의 학급특생을「무결석반」이라고 정했다. 67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결석 안하는 것만은 잘 지켰다.
비록 떠들고, 꼴찌를 하지만 학교 나오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던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교정의 뒷산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그 향기가 퍽이나 싱그러웠던 6월이었다. 항상 말이 적은 편이었던 지영이가 학교를 안온 것이었다. 공부시간에 선생님의 말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듣던 지영이-
교실안은 난리가 났다. 어떤 아이는 데리러 간다는 등 야단 법석 이었다.
조회를 마칠때까지 지영이의 소식은 없었다. 혹시나 아프면 전화라도 오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전화도 걸려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교시가 거의 끝날 무렵 누군가가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지영이었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 왔다. 어머니와 함께 온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 인즉 어제 시장엘 가다가 오토바이에 그만 사고를 당했다는 대강의 이야기었다. 그래 병원에서 치료만 하고 입원하라는 의사의 말도 뿌리치고 이렇게 학교엘 나왔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영이는 지각 커녕 일찍 학교엘 나왔다. 나중에 후회 하지 말고 결석을 해도 좋으니 집에서 좀 쉬고 치료를 하라고 해도 지영이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꺽을 수가 없었다.
또 연회는 어떤가. 이놈은 연탄가스를 그 것도 두번 씩이나 맡고도 아버지의 등에 업혀서 학교를 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해서 결국 일학년 의반은 일년 365일 동안 67명이 단 한번도 결석을 안했다.
-한 반이 전원 개근-
이것은 비록 어느 지방 신문 조그마한 신문 기사 제목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은 실로 위대한(?)업적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하면 꼴찌의 연속이었던 일학년 의반, 그들은 실로 작은 기적을 이룬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일것 같다. 우리는 분주하고 어지러운 현대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에 보다 깊은 집념으로 신앙심을 가진다면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시진 않을 것 같다.
나도 이 아이들처럼 집념이 좀 있었더라면 주일 정도는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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