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하게 우뚝 솟은 성전 그 앞에 줄지어 선 자가용 행렬.
주님의 성전이기에 장엄할수록 좋을 것이고 자가용차가 많음은 교인 중에 부유한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니 이 또한 좋은 일일것이다. 그러나 항간에는 교회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하느님께 재물을 많이 바치는 사람이 적게 바치는 사람보다 교회안에서 우대받는다는 선입감에 교회찾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이들의 대부분은 가난한 우리의 이웃 형제들이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부자들보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형제들이 당신의 성전에 모임을 더 원하시고 이들이 바치는 미약한 재물을 부자가 바치는 값진 보화보다 더 기쁘게 받으심을 우리는 알고있다.
얼마전 주일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신자 한 분을 길에서 만났다. 그 분이 다니는 교회는 그 분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인데 걸어 가기에 그 분에게 승용차가 있는것을 알고 있던 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아직 차를 갖지 못한 교우가 많으며 주일 날이라 바쁘지도 않으니 걸어서 오갈 때 교우들을 만나 친교를 다지면 서로 일체감을 가질수 있고, 절약되는 기름 값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보태면 좋을것 같다』고 하였다. 뭔지 가슴에 와닿는 말이었다.
소득이 늘고 생활이 바쁘니 자가용의 소유가 늘기 마련이고 문명의 이기인 승용차를 누구나 갖기를 원하며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않될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는게 오늘날의 자동차이다. 단칸 셋방에 살면서도 필요하여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자동차가 꼭 부의 상징만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주일날 교회앞에 늘어선 자가용의 행렬은 시대의 흐름에서 보다 당연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열심히 교회에 나오기에 축복받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자가용을 소유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니 기쁜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백에 하나라도 이 자가용 행렬 줄에 먼 거리도 아니고 바쁘지도 않는데 자기를 과시하기 위하여 주차장도 없는 교회에 자가용을 몰고 와서 도로의 교통을 방해 하면서까지 길가에 세워두는 사람이 있다면 앞서 말한 분의 말 뜻을 한 번쯤 생각하여 보는 것도 무의미 하지 않을것 같다.
우리의 주위에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하고 교인들의 일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교회 앞에 늘어선 자가용의 행렬을 외인들은 과연 어떤 눈으로 볼것인가? 이들이 교회를 부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이건 큰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맞기 위하여 활짝 열어놓은 주님 성전의 문을 이 자가용이 가로 막아 행여 좁아져서 가난한 형제들이 찾아 오는것을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되며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가 아님을 새삼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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