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는 인류의 영원한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성자(聖子)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시게 하여 세우신 하느님의 백성의 단체이다. 이 교회는 인류의 세계가 끝날 때까지 계속하면서 모든 인류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인간이 그 복음에 따라 이 세상을 바르게 살며 구원을 준비하여 영원한 복락을 누릴수 있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주어진 소명은 자신의 구원이기에 앞서 이웃의 구원, 인류의 구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하느님의 착한 사도가 되어 인류구원에 봉사 하는 겻이 곧 우리들의 소명이다. 이 소명을 다하기 위해 성직자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주어진 직분에 따라 교회를 다스리고 성사를 집행하며 평신자로 하여금 이웃에 복음을 전하게 하고, 평신도는 각자의 현세적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모든 생활을 통하여 이웃에게 그 사람을 증거함으로써 하느님을 따르게 하며 이 세상이 구원을 준비하는 복음적 사회로 바뀌게 하기 위하여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교회는 현세에 살고 있는 인간을 구원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실현도 또한 현세적 생활을 하고 있는 평신도에게 가장 많은 일을 맡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느님의 계속적인 구원 계획은 하느님의 백성을 통하여 이룩하시고자 한다.그래서 평신자의 가정에서 교회를 다스리고 성사를 집행 할 성직자를 부르시고, 복음 전파의 대상인 미신자들과 함께 생활 하는 평신도로 하여금 그 이웃에 복음을 전하게 하고, 현세사회를 구원의 요람으로 성화시키는 일을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에 맡기신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땅에 하느님의 복음이 들어온 경로는 다른 전교 지방과는 다른 긍지를 느끼게 한다. 중국으로부터 천주교 서적을 들여온 것도 우리의 조상들이었고, 그 서적 속에서 스스로 진리를 깨달은 것도 그들의 슬기에서 였다. 즉 우리 나라의 쟁쟁한 학자들이 바른 학문을 찾다가 하느님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 교회의 성조로 받들리는 이 벽 선생은 세례도 받기 전인 1777년부터 젊은 학자들의 모임인 천진암 주어사 외강학회에 나가 천주교의 진리를 강론하였고 그 가르침과 권유에 따라 이승훈 성생이 1784년에 중국의 (北京)에 가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하고 귀국하여 이 벽 권일신 선생을 비롯한 학자, 선비들에게 세례를 주기 시작한것이 한국천주교회의 시작이었다.
이렇게하여 신자의 수가 늘어가자 조정에서 서학배척 운동이 일게 되어 교회의 조직적 활동이 필요하게 되자 1787년에는 모임을 갖고 평신자 가운데서 주교ㆍ신부를 뽑은 할 이른바 가성직(假聖職)제도를 만들기까지 되었던 것이나 그 열성과 활력이 높이 평가되어 천주교회사에 길이 남는 한 토막의 일화를 낳게 하였다. 그러나 차츰교리를 연구하는 동안에 의심이 생겨 일부러 사람을 「北京」에보내 주교님께 신부의 파견을 청원했던 것이다. 박해속에서 어렵게나마, 그 청원이 이루어진 것은 1794년 이었다. 즉, 중국인인 주문모 신부를 밀입국시키는데 성공하니 10년만에 겨우 성직자 있는 한국교회로서 갖가지 성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교회는 그 시작부터 평신자의 교회였고, 10년동안 성직자 없이 오로지 평신자의 신앙과 그활동으로 기초가 다져졌고 1785년부터 시작된 1백년간 계속된 박해 속에서도 수만의 순교자를 내면서 오늘의 교회로 성장하여 이제 이 땅에 천주교회가 세워진지 2백주년이 되는 1984년을 눈 앞에 두게 되었다.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역사와 순교 선열을 가진 오늘의 한국 평신자들은 그 긍지와 함께 우리들의 신앙생활을 크게 반성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하느님의 성이 겨우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증거하였고, 관헌의 눈을 피해가며 옹기짐을 지고 곳 곳에 찾아 다니며 복음을 전파 하였는데, 그 후손인 우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다행히 지금은 순교선열들이 치명한 때와 같은 박해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 분들의 후손임을 자랑할려면 적어도 반치명은 하는 신앙 생활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도직에 충실해야 할것이 아닌가.
1984년은 한국선교 2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역사적인 해를 맞으면서 한국천주교회는 여러가지 규모의 기념행사들을 계획하고 추진 중에 있다. 신앙쇄신의 정신운동을 일으키고, 기념 회의를 갖고, 기념사업을 하고,기념사업을 하고, 기념대회를 하기로 되어있다. 이미 교구마다 서둘러 신앙대회를 열고, 성당 신축 운동을 일으키고, 사목 회의를 준비하는 등 2백주년을 기념하는데 비상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운동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그 진실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곧 한국교회의 비상한 각성이고, 모든 평신자들이 저마다 신앙 생활을 통하여 순교 선열의 후손 됨을 증거하는 일이다. 이 변혁만이 2백주년이 계획하는 모든일을 성취케 할 것이고 하느님의 은총과 순교 선열의 축복속에서 한국교회의 역사적 중흥을 기약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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