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이 천주교 박해로 전라도 강진 땅에 귀양가 있을때 벼슬 아치들의 통폐를 제거하기 위해「목민심서」란 책을 썼다. 또한 이 책은 일일이 그릇된 실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어 부패가 극에 도달한 이조시대 후기의 사회상태와 정치의 실제를 엿 볼수 있어 더욱 귀중한 책이다.
이 책 율기조 칙궁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수령이 되어 지방에 자가는 이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이 지방 인심은 극히 나쁘다』
이는 서쪽 지방으로 나가는 이도 이렇게 말하고 남쪽 지방으로 나가는 이도 이렇게 말하며 동쪽이나 북쪽 지방으로 나가는 이도 역시 이렇게 말한다.
천리는 본디 착한 것인데 어찌 팔도의 백성들의 마음이 모두 나쁘고 저 혼자만 착하단 말인가.
맹자 하는 말이『남에게 친히 하되 그가 친해 오지 않으면 나에게 어짊이 부족하지 않는가 반성하고 남에게 예를 드리되 그가 대답이 없으면 나에게 공경심이 부족하지 않은가 반성하라』
라고 하였으니 그 또한 스스로 반성함이 지혜롭지 아니한가.
또 수령이 악인을 만나면 꾸짖기를 『이 지방 인심은 순박한데 네가 어지럽히니 그 죄가 더욱 무겁다』하고 말하면 그 지방 사람들이 모두 기뻐 할 것이요『이 지방 인심이 나쁘니 이런 일이 생겼다』하고 말하면 그 지방 사람들이 다 노할 것이다. 제 한마디 실언으로 많은 사람들을 노하게 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한번 풀이를 해보자.
옛날 수령들은 무슨 일이 잘못 되었을때 자신들의 자세에 대한 반성을 하기 보다는 백성들을 변명의 수단으로 삼아 왔기때문에 정약용 선생은 이런글을 쓰지 않았나 한다.
또한 내가 남에게 찬하게 하고 예의를 다했으나 이 예를 예로 응답을 못한 태도에서 올바른 면을 발견 못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탓하기전에 우선 자신의 어짊이나 공경심, 또는 자기가 무엇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것을 반성하자는 것이다. 수령은 항상 반성 해야 하며 반성을 못하는 수령은 언제든지 훈계를 하여도 좋다는 내용이다.
반면, 수령으로 등용되어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은 우선 그 지방 사람들을 믿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수령이 백성을 못 믿으면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요즈음은 어떤가. 너무 세속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인정은 물론 인심도 야박 해지고 있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하느님은 분명 내 탓으로 생각하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수령이든지 백성 이든지 누구든지 조금만 양보하면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잘 살수 있는 약속의 땅이 되지 않겠는가.
이웃집 담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 대문도 좀 열어 놓고 살았으면 좋겠다. 누가 지키지 않아도 양심적으로 살아 갈수 있는 곳, 마음놓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백성을 올바르게 다스리라는 목적으로 쓴 목민심서가 없어도 좋은, 수령의 말 한마디가 잘못 되어 많은 사람이 노하지 않는 고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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