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주전의 일이다.
주일을 택하여 고향 친구들의 모임에서 벼르고 벼르던 가족 동반 야유회를 가기로 약속 한 주말이었다.
사흘째 감기로 앓아 누워있는 내 곁에서 아빠가 같이 놀아준다고 신나게 놀던 6살 된 막내 수경(요한나) 이가 갑자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성호를 긋고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드리는 아주 열심한 기도였다.
『예수님 우리 아빠 빨리 낫게 해주셔요, 아빠가 나아야 내일 소풍을 갈수 있어요』하며 나를 보더니『아빠 나 무어라고 기도했는지 알아?』한다. 나는 모르는체 하면서『요한나가 무슨 기도를 했지?』하고 반문하니까『예수님께 아빠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순간 가슴이 뭉클함을 느끼며 웃는 얼굴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누운 채로 생각해 보았다. 소풍(수경이는 야유회를 소풍이라고 한다.)을 가고 싶어하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수님께 소원을 기도 드린다는것은(그것도 이제 6살된 막내동이가)정말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
하긴 가끔 식사전 기도때에 혼자서 눈을 감고 무어라고 종알거리고는 무엇 무엇을 기도했다고 자랑 하곤했지만 오늘처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기도 드린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큰 오빠도 작은오빠도 야유회를 디라리며 혹시 아빠 때문에 못가는건 아닌가하는 염려는 하면서도 요한나처럼 기도까지는 한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도 또 장본인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도 개인적으로도 착실하려고 했고 가정적으로 참다운 가정을 꾸려보려고 했었다. 레지오 활동을 한다, 봉사 활동을 한다, 예수님께서 겪었던 그 쓰라림보다 더 고통스러운것도 감수 하리라고 다짐도 했었다.
어찌 그 뿐이랴, 지금은 복사 일을 보고 있는 지훈(삐오 · 12세)이나 아직 나이 어려 복사는 하지 않지만 형 못지않게 착실해지려고 하는 지웅이(바오로 · 10세)도 처음에는 별의별 수단과 방법으로 가기 싫어하는 교회에 데리고 다녀야 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남들이 보기엔 제법 단란한 가정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또 그렇게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너무나도 교만하고 부족하고 게으르고 성숙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뉘우침의 기회가 되어 주었다.
진심으로 주님께 용서를 빌었다.
주일 아침이 되었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언제 앓았는가 싶을 정도로 몸이 거뜬했다.
예수님께서 요한나의 기도를 귀엽게 보고 들어주셨음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주님께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날 우리 다섯 식구는 다른 여러식구들과 같이 정말 즐거운 야유회를 가졌으며 보다 착실한 가정이 되고자 다같이 두 손 모아 기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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