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새 아침은 밝았다. 달력을 통해 시간적인 새로움을 새삼 느끼는 가운데 어제와 질적으로 다른「구원의 현실」의 참 새로움을 열망하면서 새 해 아침을맞는다. 『육신은 의복처럼 낡아지게 마련이며』 (집회서 14ㆍ17) 『하늘은 연기처럼 스러지고 땅은 옷처럼 헤어진다』는(이사야 51ㆍ6) 구약의 선현들의 말대로 인간도 천지도 옷처럼 낡아지기 마련이기에 새로운 하는 새로운 땅 새로운 인간을 갈망하는 가운데 은혜의 해를 기대하는 새 아침이다.
불확실의 시대인 80년대에 들어선지 어언 3년째 되는 이 해 83년은 역시 불투명하기만 한 것 같다.
국제정치나 국제경제는 여전히 별로 밝은 전망이 보이지 않으며 이와 상관되는 한국의 제반정세도 역시 그렇게 밝은것 같지 않다. 특히 경제적 측면은 더욱 그러하다.
분단된 남북의 관계는 정권세습이라는 기현상에서 초래되는 북한의 여러가지 정황으로 말미암아 통일문제를 운운하기에 앞서 긴장상태는 면할 길이 없다.
이러한 한국의 지상적 제현실에서 한국 교회가 걸어가야할 길은 그렇게 평탄치만 않다. 그러나 사목적ㆍ선교적으로 보면 확실히 선교의 시대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우리의 교회는 창립 2백주년이라는 기념비적 해인 84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올해이기에 하여야 할 일이 허다할 수 밖에 없다. 주교회의는 이미 교구 공동체의 해로 사목지침을 공동으로정했고, 교구 사목회의를 모든 교구가 개최하여야 할 뿐 아니라 2백주년을 향한 정신운동과 아울러 일시적 문화행사와 지속적 문화사업을 준비, 혹은 전개하여야만 할 처지에 놓여있다.
더우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올해를 그리스도의 구속사업 1천9백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성년으로 선포한 바가 있어 이 땅의 그리스도 백성은 뜻있는 특별한 해가 되도록 힘 써야 할 것이다.
아무튼 새 해 아침에 다가올 나날을 바라보면 불가피하게 교구 공동체의 쇄신을 꼭 성취하여야 할 사목적 선교적 사명을 새삼 깨닫는 동시에 책임을 느끼게 한다.
우리들 그리스도의 백성 모두가 지난해 본당공동체의 쇄신을 위한 사목적 노력을 나름대로 하였으나 실은 그 본당의 모습은 별로 쇄신된 것 같지 않다. 사목사회학적 접근에 의한 본당구조의 검토에 관해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고 공동체로서의 본당 사목활동의 혁신도 거의 성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 아닌가 한다.
물론 본당을 공동체로서 그리스도적 측면의 변화를 일으킨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기라 목표하는 교구 공동체의 쇄신 역시지난해의 경험에 비추어 그리 간단치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쨋든 우리 주교회의가 사목공동교서에서 제시한 교구공동체의 해답게 이땅의 하느님 백성의 공동책임하에 교구 사목회의를 제대로 개최 진행하여 선교의 시대를 사는 교구로서의 모습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다.
1974년의 시노두스이래 교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보편교회라는 시점보다도 지방교회라는 현실에 특히 중점을 두게끔 되었다.
보편교회의 구체적인 육화와실현이 지방교회일진대 한국백성의 생활에 깊이 뿌리박은 교회여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그것은 종래의교구라는 제도를 넘어선 문화적 사회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어야 할것이다.
또한 현행 교구제도와 구조의 문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손대지 않고 남긴 과제이긴하나 지방교회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현상에 적합한 교구구조, 특히 더욱더 본래의 사명에 몰두할 수 있는 산공동체가 될 필요가 있는것이다. 교구의조직, 유지ㆍ관리와 권위에 있어 성직자 중심주의적인 체질과 사고방식을 탈피하여 하느님백성의 공동적 책임성에 의거한 혁신이 절실하다. 특히 사제의 직무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보다 오히려 그리스도교회의 직무에 신도를 포함한 전원이 참가할 수 있게 기본적으로 배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축복된 이 선교의 시대를 사는 한국 교회는 당연히 복음선교를 현대적 시각에서 복음적으로 다시 보고 이 민족과 이땅을 복음화하는 데 전력투구해야한다. 복음화란 교회의 세력확장도 아니며 혹은 교리를 일방적으로 이른바 외인 미신자에게 가르치는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주교단이 인권주일에 즈음해서「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는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천명한 바가 있는데 이야말로 복음선교의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복음의 힘에 의한 인간의 해방과 변혁을 현대사의 시간 가운데서 실현해가는 과정이 복음화임을 우리 모두가 명심하여야 하겠다
한국 교회 창립2백주년을 기념하기위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그 참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여 영성운동을 적극 전개하는가운데에 영적쇄신을 실현함으로써 이 땅에 빛을 비추는 참그리스도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새해 아침에 굳게 다짐하여야 하겠다.
교회의 쇄신이나 교구전체의 변혁은 하느님의 구원역사의 큰 흐름속에서 전환기의 아픔을 통한 성령에 의한 영적 쇄신에 틀림없기에 말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