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는 163cm에 몸무게는 50kg 바늘을 넘지 못한다. 그런 외모탓인지『살좀 찌세요』『식사를 많이 하세요』란 주문과『얼굴이 전보다 좋아제셨다』『얼굴이 전보다 못해지셨다』는 인사말을 많이 받는 편이다. 신부가 되어 첫번 맞은 영명축일에 주일학생한테서 비타민 한병을 선물로 받기도했다.
재작년 성탄복권 추첨때에도『오골계는 신부님에게로!』『오골계로 살 좀 찌세요』란 응원을 받았다.
성탄때 나눔의 복권놀이를 했다 복권 이익금은 불우이웃을 돕기로 하고 각 가정에서 상품을 내놓았다.
혼자사는 마리아 할머니의 바가지에서부터 한을 한을 정성드려 짠 다리아의 털스웨터, 집에서 손수 키우고 만든 두부 국수 손수건 화분과 분재, 농사지은 쌀, 식당을 하는 프란치스꼬형제의 삼겹살과 군만두 초대권, 일상생활용품등 종류도 다양하게 백여 품목에 1백80명이 당첨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받은 것은 목장을 하는 바오로 형제가 낸 오골계 한쌍이었다. 옛날엔 임금님 수라상에나 올라갔다는 뼈와 살까지 까만 오골계는 풍병이나 허약중에 약으로 귀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신자들의 응원 덕분인지, 내기에는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는 수녀님-성탄 꽃봉헌을 하러 멀리서 찾아와 복권을 사 손에 쥐어주고 간 수녀님 덕분인지 그 오골계는 내 손에 든 복권에 당첨되었다.
그날부터 오골계는 우리집 식구로 등록되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품을 뜯어다주고 신자들이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일년동안 병아리 열마리를 분양했다.
요즈음 나는 오골계의「꼬끼오」소리는 아침 기상을 하고 아침 식탁에서는 가끔 오골계 알을 대한다.
신자들의『살좀 찌세요』란 응원이 담긴 오골계 알 덕분인지 요즈음엔『얼굴이 좀 좋아지셨다』는 인사말에 판공ㆍ성탄을 지내고도 감기에 안걸렸다는 의아스러운(?) 눈길을 받는다.
오늘아침 식탁에 오른 오골계에 걸고있는 꿈을 생각해본다. 바오로 형제는 오골계와 소ㆍ비단잉어를 기르고 산을 개간하여 더덕을 심으며 꿈을 가꾸고있다.
바오로 형제의 꿈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기힘으로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곳 청평엔 석앋에서 운영하던「친애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었다. 바오로 형제는 친애원에서 오랫동안 그 뒷바라지를 했었다. 화재에 겹친 운영난으로 지금은 없어진지 10년여 넘었지만 그 꿈을 조그맣게나마 자기 힘으로 다시 실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꿈은 망가져 제대로의 소리를 내지못하는 성당 오르간을 다시 잠만하자는 것이다. 이번 성당에 바오로 형제는 50리가 넘는 목장에서 매일 성가연습을 지도하러 오토바이를 타고 왔었다. 눈오는 날도 진흙길도 개의치않고.
그래『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두 사람이 꿈을 합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
우선 우리집에있는 오골계 한마리는「오르간」이라 이름짓고 한마리는「친애원」이라고 이름 지을까. 강아지를 키우면서 찬장을 마련하겠다고「찬장이」라 이름짓고 세탁기를 장만하겠다고「세탁기」라고 이름지어 부르시던 내가 잘 아는 어느 신부님처럼.
이제 머잖아「꼬끼오」소리가「도레미」소리로 바뀌는 날이 오겠지,
『오골계는 신부님에게로』응원했던 우리신자들도 또 함께 응원하겠지.
『살 좀 찌세요』란 목소리엔『속살찌고 있습니다』라고 응답하면 되겠지.
가끔 농담삼아 주인 허락도 없이 분양했다고 하던 수녀님도 꼬기오 소리보단 오르간 소리를 더좋아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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