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둘러앉아 아내와 나와 외손녀는 기도를 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여, 은혜로이 내려주신…』 그러면 이제 겨우 15개월을 넘기고 있는 외손녀는 마치 신부님이 강복을 주시는 손짓을 하면서 우리 내외를 쳐다보며 웃는다.
시집간 딸이 직장 생활을 하고, 사위는 아직 공부 중이라서 우리 내외는 외손녀를 맡아 기르게 되었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외손녀를 보면서 「그래, 네가 카는 만큼 우리는 늙어가는군자. 이 섭리를 무엇으로 막으랴」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몇년 전에 제주도에 있는 이시돌 목장으로 아내와 여행을 간 일이 있었다. 한라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어서 그저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양 아름다왔다.
외국 신부님께서 만들었다는 그 넓디 넓은 목장의 한쪽에는 70-80명 정도의 노인들이 보였다. 양로원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유행이던 「효도관광」을 한답시고 내지(內地) 사람들이 제주도까지 부모를 데리고 와서 버려두고 갔다는 것이었다.
외손녀는 손으로 밥을 움켜서 입에다가 열심히 집어넣는다. 수저를 손에 쥐어줘도 아직은 제대로 쓸 줄 모르니까.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는 진실 앞에서 우리는 좀더 겸허해져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외손녀가 우리 내외에게 그런 것을 깨우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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