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의 3개 신학대학은 지난 29일 대구 선목신학대학에서「3개 신학대학 협의회」를 열고 사제양성 지침서 작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선목학원 이사장 이문희 주교를 비롯하여 서울, 대구, 광주, 세관구의 대신학교인 신학대학의 학장신부 세명과 처장신부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3개 신학대학 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첫회합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 사제양성 지침서 작성을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학사운영, 학생지도, 영성지도 등 대신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매우 진지한 분위기속에 폭넓은 상호 의견교환과 토의가 있었다고 한다.
사제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에서의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결코 지나치다 할수 없겠지만 특히 한국 초대교회에서 복음적 삶에의 갈망 때문에 세계교회사에 유례가 없는「가성직 제도기」의 경험을 가졌고, 그후 사제영입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한국인자세 양성을 위한 우리 순교선열들의 피맺힌 노력들을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지덕을 겸비한 목자의 양성에 혼신의정력을 기울여야 하겠음을더욱 절실히 느끼지 않을수가없다.
차제에 바로 교회의 지도자가될 신학생들의 교육에 직접 책임을맞고 계신 신학대학의 교수신부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바람직한 사제의 양성을 위해 공동의 예지를모아 협동하고자 하는 협의회를 열고 사제양성 지침서 작성에 착수하게 됨은 아니라 교회의 사제양성에 일대전기를 맞을 매우 뜻깊은 일로보며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목자 없는 교회의 사무치는 한이 생명을 유지하기 조차 어렵던 박해시대에 배론의 깊은 산골짝 초가에서 추위와 굶주림 속에 서도 한국인 사제양성을 위해 배론의 신학당을 연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였다.
그로부터 1백50년 지극히 어려웠던 출발은 기막힌 박해와 민족사의 비운속에 폐교와 재건, 이전과 통합 등 형극의 길을 걸으면서도 교회의 사제양성 본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수난의 과정을 거치는 중에 끊임없이 탁마 수덕한 신학생들이 사제로 서품되고, 주교로 착좌되고, 추기경을 모실수 있게 되었음을 생각하면 실로 은혜로우신 주님의 사랑을 뜨겁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제의 절대수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지금 3개의 사제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을 주님께서 허락하심은 실로 한국 초대교회 이래 계속된 사목자에의목마름에 대한 강복이며, 순교선열들의 선혈의 공로가 한국 교회사에 피게한 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복음전파 과정의 특성을 지닌 한국 교회는 이제 200년을 헤아리며 성숙해 왔다.
그러나 생각하면 비록 역사를통해 갈망했던 사제라하지만 그 사제가 결코 단순히 사제양성기관의 수적 증가만으로는 이상적 사제를 배출하여 기대에 응할 수는 없음을 잘알기에 신학대학의 운영과정에서나 특히 증설때마다 그 운영상의 난관이나 합리성 여부보다는 교육상의 문제를 더욱깊이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교육적 측면에서 제반 문제점이 가끔 부분적이나마 논의될때에도 한번도 단순하게 넘기지를 못하고 그토록 깊이 고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제양성은 사제직 수행에필요한 영적ㆍ지적ㆍ실천사목적 수련과 덕성이 요구되기에 이를 수련시키기 위한 특수 교육기관으로서의 신학대학은 일반 교육기관인 공사립대학과는 판이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교육법은 이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또 적용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신학대학이 가톨릭 신학대학으로서세계적으로 공통되는 기본목적과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실제적 문제가 또한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정면으로 충돌 되는 점이 허다 하다. 예컨대 학년제도, 학점제, 학생생활 규제를 위한 제방법, 시설기준, 교수임용제도, 특히 교육행정과 절차상의 규제들은 이루다 예시하기도 어려우리 만큼 많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자체를 문제삼기에 앞서 특수교육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문제로 우선 제기하는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특수교육의 교육목적이 세계적인 공통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라 하겠다.
차제에「3개 신학대학 협의회」는 사제양성을 위한 전문적 연구협의와 함께 이러한 현실적 문제점의 해결을 위한 연구와 실천적 노력도 이제 2백년의 교회에서 시도되어야 할 중요한 한 과제라 생각된다.
협의회의 첫 모임에서 토의된 사항중 졸업학점제 문제에 대한 조정은 이미 이를 의식하고 있다고 해석되어도 무방할 것으로 우리는 생각한다. 또 합의사항중에서 실무자 회의를 미리열어 차기회의 의제를 연구하고 상정하도록한 것은 전문분야별 연구결과를 가지고 상호 이해를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가려는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보며 이러한 노력은 장차 한국교육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 하게 될 것을 확신하며 지속적인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분명 우리나라 사제양성에 일대전기가 될「3개 신학대학 협의회」의 발족과 그활동에 주님의 특별하신 강복이 있으며 교회내외의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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