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라주일을 맞이하였다. 금년은 1968년 한국주교단이 매년 1월의 마지막 주일을 구라주일로 재정한지 16번째가 되는 것이다.
연중에는 허다한 기념일, 축일 등이 있다. 그러나 구라주일은 색다른 의의와 감회로 잔잔한 마음의 결단을 일으키게 하는 날이다. 이날은 또한 남모를 고뇌와 시련의 심언에서 소외의 아픔에 깊이 버려진듯한 나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내성하고 실행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등록, 치료받고있는 나환자수가 약 3만 명이라 한다. 그러나 미등록 환자가 더 있을것으로 보면 이는 우리나라 인구 1천명에 한사람꼴이 되는 실정이다. 이것은 인간사에서 나병의 퇴치 극복을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이 계속 요구되고 있음을 말해주고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우리는 금년도 구라주일을 맞이하여 우선 두가지 점에서 우리모두의 나병퇴치를 위한 사업에 참여를 다짐해 보고자한다.
첫째 나병에 대한 오래고 잘못된 관념에서 해방되어야 하겠다는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나병은 불치의 천벌인양 생각 해 왔었다. 그래서 나환자는 나병의 진행과정에서 참혹한 신체적 불구의 비참과 정신적으로는 천형이란 심리적 절망으로하여 더욱 가혹한 소외감을 가져야했다. 나병은 또한 유전이거나 반드시 전염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하여 엄격한 격리가 과학적인 것처럼 생각 되었기에 환자와 가족들까지도 극한적 격리생활을 강요 당했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상식은 나병은 치유될 수있고 예방할 수 있는 피부병의 일종이란 것이다. 나병퇴치의 장애요인 중의 하나는 나병에 대한 일반의 몰이해와 잘못된 인식에 있다고 한다.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로 치유가 가능한 환자를 숨기어 만회하기 어려운 지경에 들게 하거나, 나환자에 대한 각종 선입견과 부당한 인간적 사회적 냉대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들은 모두가 잘못된 인식이 그 원인이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나병원 재원환자중에 전염성 환자는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병든 환자를 우로하고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요양하게는 못할지라도 감옥 아닌 감옥생활로 격리시켜 사회생활부터 소외시킴은 잘못된 인식의 비극이 아닐수 없다. 우리는 이제 비전염성의 음성나환자나 나환자가 아닌 치유자들의 어린이들에게 까지 가졌던 편견과 몰이해를 부끄럽게 여기며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겠다.
둘째로 나병 극복을 위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생활을 통한 참여를 하자는 것이다. 나환자들의 환부에 흐르는 피와 농에 손을 적시며 찢어진 마음과 상처 깊은 가슴에 생을 바쳐 봉사하는 사업가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너무나 큰 고통중에 있는 나환자 형제들이 어이없도록 쉽게 잊어온 생활을 반성하며 사랑의 실천이 결코 감성적 사고에 의해 이루어 질수 없음을 깨닫자는 것이다. 우리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도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나환자 조기발견과 치료로 나병의 자연도태가 현실로 가능하도록 눈앞에 당겨 놓았다.
병이 깊은 환자들을 위해서는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며 불행히도 목숨을 잃고마는 외롭고 불쌍한 이들의 침상옆에서는 밤새원 기도를 드리었따. 나병은 또 병의 치유만으로 끝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유된 환자의 문드러진 손과 발을 성형하고 빠져버린 눈썹과 모발을 이식시키며 직업보도 교육을 시키고 적어도 자활정착의 기금을 손에 쥐어주어 한 사회인으로써 살아갈수 있도록 해주는데 까지가 구라사업의 길고 힘든 과정이다. 생각하면 구라사업가들의 이 거룩한 작업이야말로 참사랑을 실천하는 산 귀감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들은 금년에 그들 사업계획과 예산을 공개하여 답지한 사랑의 표현들을 뜻깊고 유용하게 쓸수있도록 관리 운영하고 있다. 예산의 공개는 진실의 한 구체적 표현이다. 그리고 한국의 구라사업도 이제 체계적이며 계획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 한 표징이라 생각되어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공개된 사업현황에서 우리가 주목하고자하는 것은 한국 가톨릭 나사업가 연합회가 전국에 산재해있는 구라사업 기관및 정착촌으로부터 요청받고 있는 사업예산액 약 2억7천만 원 중에 자체적립 기금을 제외한 당면 필요액이 약2억5백만 원이라는 점이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정성된 봉헌금으로 우리가 이를 채워야 하겠다. 이것이 우리가 할수있는 나병극복을 위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참여다. 순수하고 깨끗한 봉헌이라면 금액의 다과를 주저하지 말고「빈자의 한등」을 들고 구라주일을 기해 나사업 후원회의 회원이 되어 구라사업에 동참하자는것이다.
끝으로 주님의 축복이 이 사업을 당신뜻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간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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