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자전거 벨소리. 『편지 왔읍니다』하루 한번씩 아침 10시쯤이면 배달부 아저씨의 반가운 소리를 듣는다. 이 소리 뒤에는 이제는 내「日常의 리듬」중의 하나가 된 편지를 만난다.
배달부 아저씨가 처음 우리집에 오던날, 작은 소포 꾸러미와 한뭉치의 편지를 내주며『신부님이 바뀌셨네요. 연필글씨 편지가 많네요』란 말을 건네주었다. 작은 소포 꾸러미는 한권의 노트였다. 노트 표지 뒷면엔 연필로 또박또박 쓴 편지가 적혀 있었다.
『신부님 섭섭해요. 언제까지 같이 계셨으면 좋은데.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무엇을 드릴까 생각했지요. 이 노트는 제가 처음으로 받은 상품이예요. 제가 편지를 드리면 이 노트 한장씩 떼어 답장해주세요. 그레고리오를 잊지마세요』
국민학교, 중학교를 통틀어 편지라곤 학교에서 시킨 위문편지 써본 기억밖에없다. 절친한 친구가 전학한 후 편지를 보내어도 답장할줄을 몰랐었다.
그러던 내가 편지를 내놓고 답장을 기다려보고, 어린이들의 침묻은 연필글씨의 편지를 받으면서 편지를 쓰고받는것이 내 일상의 리듬이 되었고, 작은 결심도 하게됐다. 어렸을때 신부한테 편지한번 받아보았다는 작은 추억이나마 주기위해서라도 어린이들에게만은 꼭 답장을 해야겠다는.
내 일상의 리듬이 전부 끊어졌을때 -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이 편지 받고 쓰는 리듬은 끊어지지 않았따. 화상으로 5층에 입원해 있던 다영이와 3층에 있던 난는 한줄짜리 편지를 주고 받았다. 문병온 사람들이 배달부를 맡은 덕분에.
『신부님 빨리빨리 나으셔서 나랑 축구 하고 놀아요』
『안녕. 아침이다. 다영이는 해가 어디에서 떠오르는지 아니』
『신부님 내가 나으면 찾아가서 노래를 불러드릴께요』
『교황님이 나쁜 사람의 총에 맞아 우리처럼 입원하셨대.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자꾸나』
편지를 통해서 잊을수없는 살아있는 목소리를 만난다. 편지는 거울속에 비추어진 마음이라고 이젠 중학생이 된 베로니까의 편지를 대하면서 더욱 느낀다.
『신부님, 요새는 방학중이라서 무척 한가롭고 게으르만 피우는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좀더 의미있는 방학을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쓰고있는 이 편지는 오늘 새벽미사 다녀오면서 부칠 작정이예요. 지금 자고 새벽에 일어날수 있을런지 의문이지만요. 신부님, 82년 12월 31일은 조금많이 울었던것같아요. 내간 가장 좋아하고 아껴주던 방울이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눈을 감아버렸어요』요즈음 작은 면소재지인 이곳 천평거리에서도「편지는 따뜻한 마음의 정」「매월 말일은 편지쓰기의 날입니다」란 현수막을 보게된다.
문득『바쁘다는 것보다 사실은 사랑이 없어서이다』란 동료 신부님의 말이 떠오르는것은… 우리 모두가 정말 바쁠것에 바쁜것인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길 하나를 스스로 막고 사는것은 아닌지.
괴테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지구에 있는 산과 시내, 마을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계는 공허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 저기 우리와 함께 생각하고 함께 느끼는 이가 있으며,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가까이있는 이가 있다는것을 알때, 지구는 인간이 거하는 동산이 된다』
아직 그레고리오의 노트 반도 떼지 못했지만 어린이들과 편지를 나누면서 이 작은 遺産에 대한 감사와 편지쓰는 시간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1월의 결심으로 바쁘다고 작년에 중단했던 공소신자들에게 성탄편지 내는것을 계속하자고 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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