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내의 주일학교 초중 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리 학력 고사에 나타난 그 학생들의 교회 창립 2백주년에 대한 인식도는 극히 낮았다고 한다. 교구 내 전 본당 주일학교의 초중 고등학생 가운데서 겨우 50% 정도만이 2백주년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그 밖의 학생들은 거의가 1984년이 교회 창립 2백주년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주일학교 학생들이라면 교회 내에서 그런대로 누구보다도 매주 체계적인 교리 교육을 받고 있는 자로서 당연히 2백주년의 연도와 그 의미를 배워서 알아야 할 조건에 놓여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드러난 현실은 의외로 거의 반수가 2백주년의 연도조차 모르고 있는 형편이었다.
물론 2백주년 기념행사의 전체적 분위기가 시기적으로 봐서 아직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음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 준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엄연한 이사실 앞에 서서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로 2백주년 기념 추진과 그 준비 과정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백주년 기념행사의 준비에 손을 대기 시작한 지 어언간 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실은 그동안 CCK의 실무 담당자도 3대에 이르고 있다. 2백주 주교 위원회와 중앙 기구와 아울러 4개 위원회 등이 그 나름대로 회의를 거듭하며 활발히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교구마다 2백주년 기념행사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미 그 활동을 나름대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교황 초청을 위한 섭외 활동은 그 기초 작업을 전개하고 있고 특히 2백주년의 기념 회의라고 일컫는 전국 사목 회의는 의안 작성의 종료 단계에서 교구 사목 회의에 관한 일반적 조직 요강 자료를 이미 각 교구에 보낸 바가 있다.
이렇게 그 준비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도 어찌하여 그들 주일학교 학생의 대다수가 2백주년에 관해서 모르고 있느냐 말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일반 신도들의 상당수도 똑같은 상황으로 예상되어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계동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일년 전에 2백주년의 기념행사는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제반 문제에 앞서 기도 운동을 전개토록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바 있었다.
사실 2백주년 사무처는 오래전에 이미 전국 본당에 골고루 2백주년의 기도문을 배포했고 그뿐만 아니라 기회 있을 때 마다 그 기도문으로 기도할 것을 권장해 왔던 것이다.
어쨌든 안이하게 배포만 하고 또 형식적으로 권장하는데 그치지 않았다면, 그리고 교구나 본당에서 성의를 다하여 가정에서 나본당 내 모임에서 2백주년을 위한 기도 운동을 제대로 전개토록 했다면, 특히 각 가정에서 어른들과 함께 기도를 했다면 그 어린이들이 그렇게 2백주년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리 만무한 것이다.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2백주년의 행사를 준비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그 책임상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정신 운동 위원회에게는 영성 운동이 계획 수립과 아울러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백주년을 위한 준비에 앞서 우선 기도 운동이 보다 더 적극 전개되고 그리고 그 기도 운동으로 말미암아 2백주년을 위한 모든 준비 행위가 올바르게 행해서 우리의 의지와 뜻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뜻이 행해져 그 은혜에 귀일되어야 하겠다.』라고 우리는 벌써 전에 지적한 바가 있었다.
이 땅에 사는 그리스도의 백성인 신도 대중이 2백주년이 무엇인지 깨닫고 일상생활에서 영적 쇄신을 통하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서 영성을 심화하지 않는다면 교회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의의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도리어 어느 면에선 기념행사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제아무리 기념행사 사업 사목 회의를 외형상 멋지게 한들 신도한 사람 한사람의 신앙 쇄신을 성취 못한다면『이 땅에 빛을』내건 2백주년이라는 시점은 선교 3세기를 향한 결단의 출발점이 될 수 없다.
지금도 늦지 않다. 지금 당장 홍보 활동과 아울러 정신운동을 제대로 촉진하여 신도 대중이 2백주년의 의미와 과제를 올바르게 깊이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영성의 심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그 신도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믿음으로부터의 2백주년 기념행사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진정 거듭 거듭 강조하거니와 2백주년의 어떤 행사 준비보다도 먼저 앞서서 기도 운동을 적극 전개하여야 한다. 영적 쇄신이 선행되지 않을 때『축제의 마감 날에 모여서 하는 헛된 짓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라는(아사야1ㆍ13)예언자 이시야의 외침이 이 땅에 메아리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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