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띤어로 미사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신자 친구를 따라 성당 미사에 갔다 왔는데 그 소감(?)이 그 친구를 놀라게 했다.
『성당에 갔더니 신부는「내 모자 어디 갔나」하며 묻고, 신자들은 「우린 모릅니다.」하고 몇 번 대답하더니 잃어버린 신부 모자 찾아 주자고 돈(헌금)을 걷더라.
나중에 빨간 옷 입은 꼬마가 한쪽 구석에서 신부 모자를 찾아오더니 감사하다고 빠이빠이(강복)하고 들어가더라.』
누가 지어낸 이야기이겠지만, 이야기 한 쪽이 너무 모르고 한 이야기이겠지만 우리말로 미사 하는 요즈음도 이 상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을까. 미사와 미사 참여하는 우리들의 태도도.
『지난주일 어디 편찮으셨나요. 주일미사에 빠지시고…』
『동네잔치가 있었어요.』
영성체만 하고 급히 서둘러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왜요? 바쁜 일이 있으시나요?』
『급한 일이 있어 우리 가 봐야 해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가 봐야 했던 일은 계모임이었고, 급한 것은 계모임 시간 지키는 것이었다.
하긴 『영이 엄마, 순이 엄마, 간첩 잡아 곗돈 붓자』는 농담으로 말하는 표어도 있지만, 곗날, 곗돈, 안 잊어버리고 정성 쓰는 만큼 신경 쓴다면…
『미사 때「주께서 여러분과 함께」가 몇 번 나오나요…』
『…』
『따르릉…』
『예, 성당입니다』
『신부님, 우리 한잔 합니다. 또한 사제와 함께 아닙니까. 안 나오시면 오늘 우리 미사에 안갑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쉽게 나온 말이겠지만…
X X X
「삐걱…」문 여닫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 미사가 시작되고 5분 정도 사이에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광경이다.
미사에 늦는 사람들이 내는 이 소리는 정신을 집중하고 참회 중이거나 말씀을 듣는 순간을 흘뜨리며 분심을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분심 없는 미사 참여 한번 해봤으면…』
하던 소신학교 은사 선생님 말씀이 떠오르면서 나의 분심도 시작된다.
『이거 포근한 날씨가 오늘 조금 추워진 탓이겠지』
『우리 신자들 날씨, 잔치, 계에 약하지』
『…』
요즈음은 그래도 미사 시간에 묵주 신공하는 사람들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도 미사보 없이 미사에 오면 큰 일 나고, 영성체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영성체 때 수선을 피우지만 성경이나 기도서 성가 책 준비도 없이 두 눈 잡고 태연히 미사 하는 모습은 보인다. 숟가락 없이 밥 먹으려는 태도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들은 1분도 안 걸리는 사제관에서 나와 미사 드리는 사람이 30분 걸려 미사 온 사람이 3분 늦었다고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지만.
가끔 미사에 참례하는 행렬을 보면서 기름 떨어진 차들이 기름 넣으려고 주유소에 대기하고, 기름 넣고는 그냥 떠나 버리는 모습이 떠올려 지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억측을까.
미사 외 성격이 제사ㆍ만찬ㆍ친교의 장(場)일진대 신부나 신자 어느 한쪽의 바람과 노력만으로는, 또 신자들 중 어느 한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분심 없는 사랑과 친교를 나누며 쇄신되는 제대로의 미사를 봉헌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