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이 땅에서는 시복 시성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열도를 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순절을 계기로 순교자 유해 순회 기도가 시도되는 중 성인을 모시고자 하는 염원이 불꽃 튀듯 뜨거워지고 있다.
무릇 시복 시성의 추진은 교회법의 문제로서 여러 법적 수속 절차들 거쳐야 한다. 『피를 부어서 희생 제물이 된』(Ⅱ디모테오 4ㆍ6)선조 순교자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공적인 실제로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그리스도의 백성들이 그 순교자를 공경하는 것은 확실히 법 이전의 문제이다.
우리들 이 나라의 하느님 백성은 이제껏 이 땅의 순교자 중에서 단 한분도 성인으로 모시지 못했다. 그 이유야 어쨌든 참으로 섭섭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일반 신도들은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주축으로 하여 1979년부터 시복 시성 운동을 전개했었다. 전국적으로 기도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전국 평협의 위원들은 온갖 노력을 다하는 한편 상임위원회 분과위원회 분과 위원회 등으로 조직화하여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시복 시성 운동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전국 평협 제10차 총회 이후에는 어찌된 일인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기도 운동도 시복 시성 운동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 교회의 신자들은 초기 시대부터 순교자들 지극히 공경해 왔다. 초기 신도들은 윤지충의 전기를 잃으며 그에게 크나 큰 존경을 바치고 있었다. 1939년 순교 백주년에 조선 천주교 순교자 현양회를 창립하려다가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돼 8ㆍ15 해방 후 1946년에 드디어 창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순교자 현양회는 별 활동을 하자 못한 채 지금에 와서는 그 조직체마저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금번 교회 창립 2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복 시성 추진 위원회가 구성되어 시복 시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적극적인 활동으로 추진하고 있음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시복 시성 운동과 순교자 현양을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며 외형적인 조직체로서나 또 하나의 운동으로서는 성함과 쇠퇴함이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천상 영광중에 있는 형제들과의 생명적 교류에 관한 선조들의 존귀한 신앙을 교회는 충실히 받아들이고』(교회 헌장 51) 교회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나 교회 전체로서나 끊임없이 선조 순교자에 대한 존경과 기도를 바쳐 왔다.
자기 피를 쏟아 부어서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믿음을 모범 삼아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우리는 더 나아가서 그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찾아내고 오늘의 삶의 현장에서 미래의 비전을 밝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와 우리의 과제를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실 순교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들에게는 현대에 있어서의 순교적 신앙은 무엇이며 또 순교적 삶이란 어떤 것인지가 문제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우리들이 천상의 형제들인 선교 순교자의 기념을 존경하는 것은 그들이 모범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전교회의 일치가 형제적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영 안에서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교회 헌장50)선언하고 있다.
교회 창립 2백주년에 즈음하면서 시복 시성을 적극 추진하는 까닭도 순교자의 현양은 물론이려니와 그들의 뜨거운 정신과 순교 생활을 오늘의 우리들 신앙생활 안에 재현하기 위해서이다. 『순교자의 빛은 신자들의 힘』(Lumen Martyum robur fide lium)이기에 이 가난의 시대에 신앙생활의 힘의 원천으로써 그리스도의 종 즉 가난한 분의 백성으로 살고 또 살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실제로 순교에의 박해 시대를 살고 있는 북한의 침묵의 교회로 말미암아 아픔을 되씹고 있다. 북한의 침묵의 교회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혹독한 탄압과 박해 속에서 죽음에의 결단으로 그리스도를 신앙 고백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 순간에도 사투하고 있다.
우리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한 순간이라도 북한의 침묵 교회와 형제자매들을 잊을 수 없다. 만일에 우리들이 그들을 잊고 시복 시성을 운운한다면 오늘의 피 흐름에 무관한 채 지난날의 피 흐름을 어떻게 신앙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진정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외형적 신심 행위에 추중됨이 없이 선교3세기를 향한 이 시발점에서 교회 전체가 새로운 각오로 행동적인 사랑을 살며 십자가를 자랑하는 자로서 북한의 침묵 교회의 형제들과 함께 새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주여 우리 복자들로 하여금 시성의 영광을 입어 만방에 빛나게 하시며 마침내 아버지의 나라가 온 누리에 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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