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짧은 기간의 신앙생활이었지만 나에겐 큰 위안과 함께 삶이의 희망과 용기를 붙어 넣어 주었다.
언젠가 작업 중 불의의 사고로 한쪽 발목이 절단되는 불행을 당하고 한동안 방탕한 생활을 했었다.
그러던 중 여고 때 세례를 받은 동생 율리아가 따뜻한 충고의 말과 함께 신앙생활을 권유하였다.
그러자 당시엔 종교에 대해서 일체 무관심했던 나였고 따라서 동생의 권유는 쇠귀에 경 읽는 식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박 바오로란 청년이 동생 율리아의 자신을 소개하며 겸손한 자세로 대화를 요청해 왔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용하기로 했다. 그는 미리 율리아로부터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왔는 듯 차근차근 얘기를 꺼냈다.
『이兄! 비록 영육의 상처가 크시겠지만 믿음과 의지만 키운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오.』그러면서 신앙생활은 인간에게 참다운 삶의 원천이요 근간이 된다며 입교를 간절히 권유했다. 두어 시간 동안 이어진 바오로 兄弟의 얘기는 나에게 다소이 감동을 주었으며 종전에 느끼지 못했던 믿음에의 희망이 가슴에서부터 우러났다.
바오로 형제가 다녀간 며칠 후 율리아로부터 나의 처지를 전해들은 본당 이 다윗 수녀님이 방문 오셔서 격려와 함께 주님의 말씀을 전해 주었다.
무척 자상하고 인자하신 분이셨다.
수녀님이 다녀가신 그날 나는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초라한 나에게 이토록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모든 분들의 정성-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신앙을 갖기로 결심하고 교리 반에 출석했다.
그저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성당이 날이 갈수록 참으로 안온한 마음의 보금자리 같았다.
그런 가운데 헝클어졌던 생활도 차차 정돈되어 갔고 재작년에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누렸다.
거기다가 성당에서 알게 된 교우 처녀와의 인연으로 화모간 성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진정 신앙은 나에게 인생의 긍정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끝으로 나를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박 바오로 형제, 어머님 같은 이 다윗 수녀님, 그리고 극진한 우애로 신앙에 길로 안내해주 동생 율리아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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