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달 동안에 한국 교회에는 새 사제 49명이 탄생했다. 현대사회에서 성직에 충성하려는 새 사제가 탄생하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은혜의 현실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은혜의 현실에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인 것이다.
새 사제의 미래를 향한 출발에 즈음하여 그들을 위해서 몇 마디 말을 하고자 한다. 21세기를 바라보고 또 선교 3세기를 향하여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왜 사제라고 하느냐, 무엇이 사제냐, 무엇을 하느냐, 더욱이 사제라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느냐 할 때에 그렇게 간단치만 않은 것 같다. 물론 제2차「바티깐」공의회는『모든 사제는 교구 사제이건 수도사제이건 간에 다 주교와 더불어 그리스도의 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그것을 수행한다.
따라서 주교들을 보필하기로 마련된 협조자들이다. 영혼들을 보살필 첫째 책임은 교구 신부들에게 있다. 그들은 그 지역 교회에 입적해서 속하여 있음으로써 주의 양떼의 한 부분을 사목하기 위하여 교구 봉사에 자신을 바치고 있다. 그리하여 사제들은 하나의 사제단과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있으며 그 가장은 주교이다』라고 (주교의 사목직에 관한 교령28)또한 『그래서 사제들은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도적 사명을 바르게 수행하기 위한 주교단의 협력자가 된다. 주교단에 결합되어 있는 사제의 임무는 그리스도 자신이 당신 몸을 건설하고 성화하며 통치하시는 권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제의 사제직은 그리스도교 입신(入信)의 성사를 전제하지만 별개의 특별한 성사로 수여되는 것이며 이 성사에 의하여 사제는 성령의 작용으로 특별한 영적 인호가 새겨지고 이로써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된다.』라고 (사제의 직무와 생활 교령)가르치고 있다.
현대 세계에 있어서는 사제들이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 특유의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만큼 사제의 역할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시대가 또 있었던 것 같지 않아 진정 교회에 있어서 사제의 위치와 역할의 문제는 교회의 장래에 관계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문제이다.
누구나 뭐라 한들 사제는 유일의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도구이며 사제의 사제직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의 참여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는 그리스도를 향한 자기의 비중심화(非中心化), 즉 사제 자신에게 두고 있는 중점을 그리스도에게로 옮겨야 한다. 또 하느님의 백성을 향한 자기의 비 중심화, 즉 사제의 직무에 필요 이상으로 중점을 두려는 사고방식을 하느님의 백성 전체에, 일반 신도 위에도 배려하는 사고방식으로 옮겨져야 한다.
예수의 공동체 안에 있는 구성원은 그리스도로부터 나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살고 그리스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살리고 있는 것은 사제의 의지나 그리스도에게 충만 하는 하느님의 새명이다.
사제가 그리스도의 지혜와 사랑에 깊이 뿌리박을 때 비로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하느님의 백성을 향한 사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제의 비 중심화는 사제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성서적 대리를 완전히 수행케 하고 그리스도를 교회 안에 현존케 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사제의 자기 중심화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사제는 그리스도 신자이긴 하나 봉헌과 특별한 기능상의 사명으로 말미암아 일반 신도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이 사제의 봉헌과 사명은 사제를 다른 사람들에의 봉사자로 한다.
사도 바오로는 자기 자신을「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고(로마1ㆍ1 필립비1ㆍ1)했다. 물론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한 모든 메시아적 백성은 그리스도의 종이고 모든 사람이 봉사자임에 틀림없으나 특히 사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사제의 비 중심화는 그리스도의 종이 되는 것이다. 거룩한 종이 되는 것이다. 자기를 바쳐 하느님과 인간에게 머슴살이하겠다고 나선 위대한 종이다.
종에게는 귄위 의식ㆍ특권 의식 따위가 없을 수 없다. 오로지 섬길 기능 밖에 없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한 자기 이해는 자기부정을 철저히 한 모습이다. 사제가 자기의 것을 모두 버리고 철저한 자기부정으로 종이 신분을 취해 자신을 낮춤으로써 사제의 비 중심화를 성취한다면 현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제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을 것이다.
사제가 있지 않으면 오늘날 주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 신부가 없으면 진정한 사도직인 일반 신도의 직무적 역할도 존재키 힘들 것이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도 주교와의 위계적 사귐 안에 있으면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사제들의 수중에 달려 있다.
새 사제들은 사제단에 대한 인식을 깊이 가져 사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가운데 사제단의 일치로 이 가난의 시대를 사는 한국 민족과 한국인에게 희망을 던져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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